글로벌 PE, 투자 건수 21분기 만에 최저…AI·에너지 등 핵심 자산·대형 딜 집중

주식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전 09:5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사모펀드(PE) 시장은 에너지·인공지능(AI) 인프라 등 소수의 우량 자산에 자본을 집중하며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투자 건수는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투자 규모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양적 확대보다 투자 확신이 높은 자산을 선별하는 ‘질적 투자’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정KPMG가 20일 발간한 ‘글로벌 PE 투자 동향과 2026년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PE 투자 규모는 1조 달러, 929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투자 규모인 2조 3000억 달러, 2만1646건과 비교하면 투자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과거 평균과 비교할 때 글로벌 PE 시장에 유입되는 자본은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2개월 누적 기준 글로벌 PE 투자액은 2조 4000억 달러에서 2조 3000억 달러로 소폭 감소한 반면, 투자 건수는 2만1060건에서 2만105건으로 줄어 21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 건수 감소에도 투자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무리하게 투자 범위를 확대하기보다, AI·에너지 인프라 등 성장성과 투자 확신이 높은 자산을 선별해 대형 딜 중심으로 자본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PE, 투자 건수 21분기 만에 최저…AI·에너지 등 핵심 자산·대형 딜 집중
산업별로는 기술·미디어·통신(TMT) 부문이 3547억 달러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산업 제조 부문에 ,540억 달러, 에너지·천연자원 부문에 1492억 달러가 투자됐다. 현재와 같은 투자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에너지·천연자원 부문은 연말까지 사상 최대 투자 규모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로 전통 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각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기후테크 전환 노력이 맞물리면서 PE 투자자들의 핵심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의 막대한 전력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 인프라의 투자 매력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AI 기술이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에 파괴적 혁신(Disruption)을 촉발하면서 PE 투자자들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쟁력을 재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는 사실상 정체된 반면, 전통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센서·로보틱스·반도체 등 산업 제조와 연계된 하드웨어 분야로 투자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미주 지역이 2026년 상반기 5791억 달러, 4319건을 기록하며 글로벌 PE 시장을 주도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5450억 달러, 392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반기 최대 딜은 KKR의 헬릭스(Helix) 디지털 인프라 출범 관련 100억 달러 규모 거래로,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디지털 인프라 수요가 PE 시장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A) 지역은 3432억 달러, 4067건으로 미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투자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는 전 세계 최대 PE 딜 4건 가운데 3건이 EMA 지역에서 성사되며 대형 거래를 주도했다. EQT의 영국 인터텍 그룹 비상장화(146억 달러)을 비롯해 베인캐피털의 독일 에버런스 바이아웃(86억 달러), CVC캐피털파트너스와 그룹 브뤼셀 랑베르의 이탈리아 레코르다티 비상장화(67억 달러) 등 대형 거래가 잇따랐다. 이에 따라 EMA 지역의 최근 12개월 누적 투자액도 전분기 7757억 달러에서 7824억 달러로 증가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ASPAC) 지역은 679억 달러, 639건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이 233억 달러로 지역 내 가장 큰 투자 규모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58억 달러에 그쳤다. 다만 호주에서는 I-MED(24억 달러), 에스티아 헬스(20억 달러) 등 대형 헬스케어 세컨더리 바이아웃이 성사되며 지역 내 주요 거래를 이끌었다.

글로벌 PE, 투자 건수 21분기 만에 최저…AI·에너지 등 핵심 자산·대형 딜 집중
2026년 상반기 한국의 PE 투자 규모는 56억 달러, 69건으로 집계됐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에 따른 에너지 리스크와 조달금리 상승,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정체, 국민연금의 신규 국내 PE 출자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PE의 투자 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비핵심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PE를 중심으로 국내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글로벌 PE 회수 시장에서도 투자 시장과 마찬가지로 선별적 회수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PE 회수(Exit) 건수는 1315건으로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회수 총액은 5700억 달러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PE 운용사들이 보유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파이어 세일(Fire sale)’을 피하고,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확보할 수 있는 고품질 자산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엑시트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PE가 보유한 미회수 포트폴리오 기업의 재고 물량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회수 방식별로는 ‘인수’를 통한 회수가 2625억 달러, 659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건수는 감소했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10년 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바이아웃’은 1948억 달러, 580건, ‘상장(IPO)’은 1127억 달러, 76건을 기록했다.

삼정KPMG 김진원 부대표는 “2026년 하반기 글로벌 PE 시장은 무리한 양적 팽창보다는 에너지, AI 인프라, 산업 제조 기반 하드웨어 등 투자 확신이 높은 핵심 섹터의 대형 딜에 집중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고평가된 미회수 포트폴리오 기업의 대규모 엑시트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지만, 미국 IPO 시장이 일부 재개되고 있어 듀얼트랙 등 전략적 회수를 추진하는 움직임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26년 하반기에는 국민연금과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LP의 PEF 출자가 예정돼 있어 국내 PE 투자 활동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등 고숙련 정밀 제조업과 K-뷰티·K-컬처 수출 기업에 대한 국내외 PE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바이아웃을 넘어 성장자본과 산업 간 융합 등으로 투자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PE, 투자 건수 21분기 만에 최저…AI·에너지 등 핵심 자산·대형 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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