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3월 도입됐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자 지난 6월 27일 제7차 최고가격을 L당 150원 인하했지만, 이후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제8차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악화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7월 5주 배럴당 88.5달러에서 8월 1주 81.7달러까지 떨어졌지만 2주 88.2달러, 20일 93.8달러로 급등했다. 두바이유도 같은 기간 80.9달러에서 79.8달러로 내렸다가 8월 2주 88.6달러, 20일 95.6달러까지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77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8월 20일 87.8달러로 올랐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8월 1주 배럴당 105달러에서 20일 114달러로 올랐고, 경유는 148달러에서 164달러로 상승했다. 6월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60일 기한이 만료된 이후에도 양국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영향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면서도 최고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현재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8차 최고가격 결정 당시와 유사한 수준인 데다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민생 부담이 커진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국내 기름값은 아직 하락세다. 산업부에 따르면 기름값은 7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6월 27일 이후 지속 하락해 8월 20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62원, 경유는 1845원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량 시차가 있는 만큼 향후 국내 기름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고가격제를 가격 안정의 안전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경우 최고가격제를 단계적으로 완화·종료하는 출구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가격제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정유사 손실보전 규모가 커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에 발생하는 손실을 원가 등을 기준으로 산정해 사후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6개월간 제도를 유지하는 상황을 전제로 목적예비비 4조 2000억원을 편성했다. 당시 산업부는 실제 손실보전 규모가 업계에서 거론되는 3~4조원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하거나 제도가 장기화하면 재정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석유 수급에는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산업부는 7~8월 원유 확보 물량이 전년 평균 대비 110% 이상이며 9월 도입 물량도 전년 대비 90% 이상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동 정세가 악화하거나 주요 해상 운송로에서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급 불안이 커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정세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앞으로 국내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면서 중동정세, 석유수급, 물가 및 민생부담, 수요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민하고 유연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