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소외된 섹터에 의도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한편, 투자한 펀드의 하위 기초자산까지 추적해 산업별 쏠림을 관리하는 방식이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PE도 부동산도 인프라도 AI…‘분산투자’ 공식 흔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관투자자(LP)들은 인공지능(AI)이 금융시장 전반을 관통하는 거대한 투자 테마로 자리잡으면서, 대체투자 시장에 '강제 분산'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생성 이미지)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공모와 사모시장을 가리지 않고 자금이 AI라는 동일한 테마로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PE에서는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프라이빗 크레딧에서도 AI 관련 딜이 늘고 있다. 부동산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핵심 투자처로 떠올랐으며, 인프라 시장에서도 AI 관련 전력·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주요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자산에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포트폴리오 곳곳에 ‘AI 익스포저’라는 공통 위험이 쌓이는 셈이다.
특히 AI 시장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서로 다른 자산군에 분산해놨다고 생각했던 투자자산의 가치가 동시에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체투자 시장에서는 단순히 자산군과 운용사를 나눠 담는 것을 넘어 투자 포트폴리오에 의도적으로 ‘소외 섹터’를 집어넣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AI 아닌 것도 투자한다”…섹터 펀드로 ‘강제 분산’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특정 섹터에 한정된(Sector-Specific) 펀드를 의도적으로 편입하는 것이 거론된다.
기존에는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여러 운용사에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여러 GP가 모두 AI 관련 투자에 나선다면 운용사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특정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일부러 편입해 섹터 분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후보가 방위산업과 소비재다.
방위산업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함께 성장 가능성이 커진 방산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상이 될 수 있다. AI 투자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산업을 의도적으로 편입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AI 노출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소비재 전문 펀드도 마찬가지다. 명품 등 소비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편입해서 AI 중심으로 쏠린 포트폴리오에 다른 수익원을 추가하는 전략이다. 결국 분산 전략의 개념이 '좋은 투자처를 골라 담는 것'에서 '일부러 다른 투자처를 담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강제 분산 전략은 단순히 GP를 다양화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투자자가 실제로 자금을 넣은 펀드의 하위 기초자산까지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예를 들어 A·B·C 등 여러 PE 운용사에 각각 자금을 투자했더라도 이들 운용사가 실제로 어떤 기업과 산업에 투자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운용사 숫자보다 ‘펀드 밑단’ 중요…기초자산 주목
A 운용사는 AI 반도체 기업에, B 운용사는 데이터센터에, C 운용사는 AI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 형식적으로는 세 개의 운용사에 분산했지만 실제로는 AI라는 하나의 테마에 집중돼 있을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떤 GP에 프라이빗 에쿼티를 얼마 투자했고 위에서 봤을 때 분산이 어떻게 돼 있는지도 중요하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운용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실제 하위 기초자산의 섹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계속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GP 기준의 분산에서 기초자산 기준의 분산으로 관리 단위가 내려가는 것이다. 이 같은 섹터 분산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별도운영 계정(SMA)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별도운용 계정(SMA)은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서 굴리는 일반 펀드와 달리, 한 투자자의 자금만 따로 떼서 전문 운용사에 맞춤형으로 위탁 관리하는 개별 자산 관리 계좌다. 투자자가 자산 소유권을 직접 가지며, 투자 전략을 맞춤형으로 정할 수 있어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스텝스톤, 해밀턴 레인 등 글로벌 운용사들이 보유한 방대한 언더라잉 데이터(근간이 되는 원천 데이터)를 활용해서 섹터별 익스포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종의 ‘레퍼런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특히 글로벌 운용사들이 축적한 방대한 기초자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성적 판단보다 체계적인 섹터 분산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 LP 관계자는 "대체투자 시장에서 강제 분산 전략이 부상하는 것은 AI가 금융시장 전반을 관통하는 거대한 투자 테마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며 "PE·사모신용·부동산·인프라 등 투자 대상이 아무리 달라도 최종적으로 동일한 산업과 기업에 자금이 흘러간다면 자산군 간 상관관계가 낮다는 대체투자의 장점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몇 개의 펀드에 투자했느냐'보다 '그 펀드 밑에 어떤 산업과 기업이 들어 있느냐'가 포트폴리오 관리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는 것만큼이나, AI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산을 얼마나 의도적으로 담느냐가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의 진짜 분산 효과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