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는 49차례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가 24차례, 매도 사이드카가 25차례다. 2002년 이후 연간 최다였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의 26회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단 3차례에 불과했다.
코스닥도 다르지 않다. 매수 18차례, 매도 14차례 등 32차례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종전 연간 최다였던 2008년의 19회를 넘어선 지 오래다. 두 시장을 합하면 올해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이미 81회에 달한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시장 안정장치다. 문제는 시장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가 이처럼 빈번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증시가 과속과 급제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올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유독 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 일간 수익률 변동성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상반기 3.6%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지난 3월 4.8%, 6월 4.7%를 기록해 코로나19 충격 직후인 2020년 3월의 4.2%마저 넘어섰다. 같은 기간 주요 36개국 대표 주가지수의 평균 변동성은 1.1%에서 1.2%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우리 증시의 롤러코스터가 유독 심했다는 의미다.
당국의 시선은 한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향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하자 상장 첫날에만 약 10조4000억원이 거래됐다. 전체 ETF 거래대금의 27%에 달하는 규모다.
레버리지 상품은 구조적으로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종목 가격이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떨어지면 추가 매도하는 리밸런싱이 발생한다. 이에 상승장에서 사고 하락장에서 파는 거래가 반복되면서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 커졌고, 금융당국은 결국 규제의 고삐를 죄었다.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높였고, 지난 19일부터는 신규 투자자에게 사전교육 외에 5거래일 이상, 총 5시간 이상의 모의거래까지 의무화했다. 규제 효과는 확실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 27일부터 7월 30일까지 11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기본예탁금 상향 이후인 7월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는 1조3000억원으로 89% 급감했다.
과열된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를 진정시켰다는 점에서는 분명 성과다. 그런데 시장의 롤러코스터는 멈추지 않았고 사이드카는 계속 울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변동성 역시 크게 높아졌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시장 비중과 두 종목 자체의 변동성 확대, 투자자 유형 간 수급 충돌 등도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현재까지 관측된 자료만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시장 변동성 확대의 단일한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시장 변동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더구나 기본예탁금 같은 진입요건은 투자자의 상품 이해도를 높이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시장 자체의 변동성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투자자의 레버리지 수요만 통제할 게 아니라 소수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장 구조와 투자자 간 수급 충돌,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존 안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해 수십 차례 울린 사이드카는 어쩌면 한국 증시의 문제가 투자자의 과속만이 아니라 도로 자체에도 있다는 경고음인지 모른다.
지난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거래일 60.37포인트(0.88%) 오른 6912.95보다 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8.95포인트(4.63%) 내린 801.94에 장을 마쳤다.(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