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같은 기간 외국인은 6조 5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도 1조3106억원 순매도, 기관은 4044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닷새간 6조원 넘게 팔았던 ‘순매도’ 물량을 사실상 기타법인이 대부분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타법인의 ‘조’ 단위 순매수 행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자리하고 있다. 기타 법인은 금융기관이 아닌 비금융 일반 기업으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일반 기업을 지칭한다. 이에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는 물량은 수급 주체가 ‘기타법인’으로 분류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40조43억원 규모의 자사주 2407만주를 장내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매입 규모는 발행주식의 약 3.3%로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다. 취득 기간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다.
삼성전자도 지난 21일 임직원 보상을 위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보통주 약 5329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할 예정이며, 취득 기간은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다.
일반적으로 외국인·개인·기관 중 특정 주체의 매도세가 유독 거세면 코스피는 하락할 때가 많다. 하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50%를 차지하며 사실상 증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스스로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매도세를 방어하자 ‘증시 하단 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25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인해 장 초반 전장 대비 4.3% 하락했다가 기타 법인의 점진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회복했고, 결국 45.78포인트(0.68%) 오른 6742.74에 상승 마감했다. 이날도 전장 대비 -0.23% 하락 출발했다가 0.97% 오른 6808.21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각각 7092억원, 385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기타법인이 1조886억원의 순매수세로 받치면서 종가 168만 8000원(KRX 기준)으로 보합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개인이 1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외국인 6655억원 순매수와 함께 기타법인 4816억원 순매수로 전장보다 1.75% 오른 26만 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물론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증시 하방 압력을 무조건 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현상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지난 증시 역사를 되돌아봐도 코스피에서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공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자체가 주가 상승을 보장하거나 하락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의 실적 악화나 업황 둔화 같은 근본적인 악재가 자사주 매입 효과를 압도하면 주가는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만 7월 하락장 이후 전체적으로 시장 수급이 약해진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시총 톱2’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의 강력한 수급 주체임은 분명하다”며 “시총 톱2의 자사주 매수세가 코스피 수급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