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정가 낮춘 정황"…제이알, 파이낸스타워 소송 '물적 증거' 확보

주식

이데일리,

2026년 8월 26일, 오후 02:48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랜드마크 건물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를 둘러싼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소송을 제기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존스랑라살(JLL)의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가 자산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

왜곡된 감정평가액이 전달된 후 JLL 내부에서 이를 자축한 정황까지 법원에 증거로 제시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승소할 경우 지난 4월 대주단이 발동했던 캐시트랩(현금 유보)이 부당했다는 점이 밝혀지는 만큼 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린다.



“감정가 낮춘 증거”…JLL 내부 메신저까지 법정 제출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JLL이 대주단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아 파이낸스타워 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했다는 취지의 증거를 확보해 영국 상사법원에 제시했다.

JLL의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결과가 실제 자산가치보다 낮게끔 조작됐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영국 상사법원은 지난 11~13일까지 사흘간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관련 소송을 심리했다. 1심 판결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이번 소송의 핵심은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이 논란은 파이낸스타워 건물의 기존 부동산 서비스 회사였던 나이트프랭크가 감정평가 업무를 포기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초 나이트프랭크는 파이낸스타워 가치를 10억7100만유로(약 1조7314억원)로 평가했다. 하지만 대주단 가운데 최대 지분을 가진 핌코(PIMCO)가 9억5000만유로(약 1조5358억원)를 고수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감정평가사를 교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트프랭크는 이같은 압박을 받은 지 나흘 뒤 업무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사유에는 "평가자의 전문성에 대한 과도한 의문 제기와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 부족, 감정평가 과정에 대한 부당한 압력과 간섭" 등이 언급됐다.

이후 새로운 감정평가사로 JLL이 선임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핌코 측은 파이낸스타워의 담보인정비율(LTV)이 52.5%를 넘어설 경우 캐시 트랩(현금 유보)이 발생한다는 점을 JLL 측에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시 트랩이 발생하면 임대료 등에서 발생하는 현금이 투자자에게 배당되는 대신 대출 상환 등을 위해 묶일 수 있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담보가치와 LTV가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임대료는 낮추고 비용은 높이고…결국 9.2억유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문제 삼는 것은 이후 작성된 JLL의 감정평가 방식이다.

JLL 보고서에서는 파이낸스타워의 예상 임대료가 프라임 임대료와 평균 시장 임대료보다 낮게 설정됐다. 반면 장기 유지보수 비용은 실제 기준인 ㎡당 418유로보다 높은 480유로로 반영됐다.

JLL 측 역시 장기 유지보수 비용을 잘못 기재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임대료는 낮추고 비용은 높이는 방식으로 주요 가정이 설정되면서 최종 감정평가액은 9억2000만유로(약 1조4873억원)로 제시됐다.

더 논란이 된 것은 이후 정황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JLL 내부 메신저 자료도 증거로 확보했다. 9억2000만유로 감정평가액이 대리 금융기관에 처음 전달된 후 JLL 내부 메신저에서 이를 자축하는 듯한 대화가 오갔다는 증거가 법원에 제시된 것이다.

감정평가액을 둘러싼 의혹이 단순히 ‘평가 결과가 낮았다’는 수준을 넘어, 평가 과정 자체의 공정성 문제로 번진 이유다.

특히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단순히 감정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 과정에서 실제 어떤 의사소통이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내부 자료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의 쟁점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이알글로벌리츠, JLL 아닌 CBRE에 책임 묻는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감정평가를 직접 수행한 JLL이 아니라 대주단 측 대리기관인 CBRE 론 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감정평가 과정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했고, 그 결과 잘못된 평가액이 도출돼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의 판단이다.

이번 사건에서 영국 법원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감정평가 결과가 명백히 편향됐다는 증거가 없으면 전문 감정평가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감정평가 과정에 개입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부 자료와 메신저 내용 등 구체적인 물적 증거가 제시됐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소송 결과에 따라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 과정에 대한 시장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승소할 경우 지난 4월 대주단이 발동한 캐시트랩이 부당했다는 점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다만 패소한 측이 항소할 경우 소송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시간도 변수다. 파이낸스타워의 대출 만기가 내년 도래하는 만큼 항소심 판결보다 대출 만기가 먼저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이자 지급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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