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5000억 기술수출 신약 ‘투스페티닙’ 5년 만에 개발 내부화

주식

이데일리,

2026년 8월 26일, 오후 04:55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한미약품이 2021년 해외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했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신약 ‘투스페티닙’(HM43239)을 사실상 다시 그룹 내부에서 개발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기술수출 상대였던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Aptose Biosciences)가 자금난에 빠지자 수년간 지원한 끝에 회사를 완전히 인수했고 관련 법인까지 합병하면서다.

한미약품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128940)은 26일 HM43239 기술이전 계약 상대방을 기존 미국·캐나다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서 캐나다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새 계약 상대방인 앱토즈는 한미약품의 100% 종속회사인 HS North America와 HS North America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기존 앱토즈가 이날 합병해 출범하는 신규 법인이다. 사명은 그대로지만 법적 실체와 주요 회사 정보가 변경되면서 2021년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도 새 법인으로 승계됐다.

이에 따라 외부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했던 투스페티닙의 개발 구조도 사실상 한미약품 그룹 내부로 들어왔다. 라이선시인 앱토즈가 한미약품 완전자회사가 된 만큼 개발·상업화 성과의 경제적 실질은 2021년 계약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4961억 기술수출 파트너, 자금난에 한미 지원 의존

한미약품과 앱토즈의 인연은 2021년 11월 시작됐다. 한미약품은 HM43239의 전 세계 권리를 앱토즈에 총 4억2000만달러(당시 약 4961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250만달러(약 148억원)로 현금 500만달러와 750만달러 상당의 앱토즈 주식으로 구성됐다. 임상·허가·상업화 등에 따른 마일스톤은 최대 4억750만달러(약 4813억원)이며 상업화 이후 순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별도로 받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후 앱토즈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한미약품과의 관계는 자금 지원 관계로 바뀌었다. 한미약품은 2024년 8월 앱토즈에 투스페티닙 개발 목적으로 1000만달러(약 140억원)를 대여했다. 앱토즈는 당시 해당 자금을 새로 진단받은 AML 환자를 대상으로 한 투스페티닙 3제 병용요법 개발에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이 대여금 중 150만달러(약 21억원)를 앱토즈 주식 40만9063주로 전환했다. 같은해 6월에는 투스페티닙 임상을 이어가기 위해 한미약품으로부터 최대 850만달러(약 119억원)를 추가로 빌리는 계약도 체결했다. 당시 앱토즈는 캐나다 증권법상 특수관계인 거래에 필요한 일부 절차를 면제받으면서 ‘재무적 곤경’(financial hardship) 예외를 적용했다.

상장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앱토즈는 지난해 3월 말까지 나스닥의 최소 주주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같은해 4월 2일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이후에도 토론토증권거래소(TSX)에서는 계속상장 적격성에 대한 상폐심사를 받았고, 해당 심사는 한미약품 인수 직전인 올해 6월까지 이어졌다.

올해 들어 자금 사정은 더욱 빠듯해졌다. 지난 3월 말 앱토즈의 현금은 410만달러(약 57억원)에 그쳤고 운전자본은 마이너스 508만달러(약 71억원), 주주자본은 -3467만달러(약 485억원)를 기록했다. 누적결손금도 5억7407만달러(약 8037억원)에 달했다. 앱토즈는 자체 실적발표에서 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지 못해 한미약품의 자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발자금 대다 결국 인수…기술수출 파트너가 자회사로

결국 한미약품은 투스페티닙의 개발 지속성과 북미 사업 거점 확보 등을 위해 앱토즈를 직접 인수하는 쪽을 택했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앱토즈 주주들은 올해 3월 인수안을 승인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 30일 자회사 HS North America를 통해 보유하지 않았던 앱토즈 잔여지분을 모두 취득하면서 인수를 완료했다. 기존 앱토즈 주주에게는 주당 2.41캐나다달러(약 2500원)가 지급됐다.

한미약품이 취득한 잔여 지분은 80.1%로 인수대금은 492만5363캐나다달러(약 53억원)다. 이에 따라 앱토즈는 한미약품 측 완전자회사로 편입됐으며 기존 이사진도 모두 사임했다. 이후 앱토즈 주식은 TSX에서도 상장폐지돼 비상장사로 전환됐다.

앱토즈의 자금 사정을 고려하면 한미약품의 이번 인수는 외부 기술수출 파트너를 통한 개발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원개발사가 후보물질 개발을 직접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은 남았지만 경제적 실질은 달라져

이번 정정으로 2021년 기술이전 계약의 조건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총 계약금액과 단계별 마일스톤, 경상기술료 등의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향후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앱토즈가 한미약품의 완전자회사인 만큼 연결 관점에서 보면 기술이전 당시와 경제적 실질은 달라졌다.

투스페티닙은 FLT3 돌연변이와 비장 타이로신 키나제(SYK) 등을 억제하는 기전의 AML 치료 후보물질이다. 현재 투스페티닙과 베네토클락스, 아자시티딘을 병용하는 3제 요법으로 새로 진단받은 AML 환자의 1차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는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약품으로서는 2021년 외부 파트너에 개발·상업화 권리를 넘겼던 신약을 5년 만에 다시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게 된 셈이다. 기술수출 이후 앱토즈의 자금난을 메우기 위해 대출과 지분 투자를 이어오다 결국 회사 자체를 인수한 만큼, 향후 투스페티닙 임상개발에 필요한 비용 부담과 개발 성과 역시 한미약품 그룹에 보다 직접적으로 귀속될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향후 주요 계약내용 변경이나 공시의무 발생 시 지체없이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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