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워시, 시장의 갈증 해소…연준 신뢰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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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8월 30일, 오전 09:2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대해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이 느꼈던 ‘갈증’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이 연준의 2% 물가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금리의 역할, 추가 대응의 필요성을 명확히 연결하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신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대해 “그간 갈증을 느꼈던 것을 많이 해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연준의 목표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 2%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정책금리라는 논리를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충분히 빠르게 내려오지 않는다면 연준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FOMC 기자회견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게 신 총재의 평가다. 그는 “7월 FOMC 이후에는 2% 목표가 확고한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은 추가로 수단은 정책금리고, 해야 할 일이 있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너무 높고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이를 7월 기자회견과의 큰 차이로 평가했다.

◇“말 아낀 7월, 워시의 소통 철학 때문”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이 7월 FOMC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배경에는 중앙은행의 소통 방식에 대한 그의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면 시장 참가자들이 자체적으로 경제 정보를 해석하기보다 중앙은행의 말에만 의존하게 되고, 결국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이를 ‘거울의 방 문제(hall of mirrors problem)’에 빗대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메시지가 시장가격에 반영되고 중앙은행이 다시 그 시장가격을 정책 판단에 활용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시장과 중앙은행이 서로의 신호만 비추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계속 말만 하면 안 되고 항상 들어야 한다”며 “듣고 보고 관찰해야 제대로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이 시장이 익숙해진 포워드 가이던스와 거리를 두고 있으며 점도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번 잭슨홀 연설은 기자들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해야 하는 FOMC 기자회견과 달리 자신의 정책 철학과 판단 기준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신 총재는 잭슨홀 연설을 화가에게 주어진 ‘큰 캔버스’에 비유하며 워시 의장이 시장이 요구했던 요소들을 충분히 담았다고 평가했다.

◇2년물 급등·30년물 안정…“시장 신뢰 보여준 것”

신 총재는 이날 금융시장의 반응에도 주목했다. 워시 의장의 매파적 메시지가 전해지면서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1.8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오른 4.348%를 기록했다. 반면 30년물 금리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신 총재는 “2년 금리는 많이 올랐고 장기금리는 많이 안 올랐다”며 이를 시장이 연준을 신뢰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실제로 워시 의장의 연설 직후 주가는 한때 상승하고 30년물 금리는 하락했다. 이후 시장이 9월 FOMC에서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다시 평가하면서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단기 국채금리는 크게 상승했다.

신 총재는 초기 시장 반응에 대해 “연준이 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는구나, 그러면 우리가 신뢰가 생기고 중앙은행이 좀 주도권을 갖고 일을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파적인 메시지를 시장이 처음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의 연설을 9월 금리인상을 확정적으로 예고한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았다. 그는 시장이 연설을 소화하면서 “‘9월 회의가 중요해지겠구나’라고 다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에는 관세라는 일시적인 요인이 포함돼 있지만 그동안 누적된 다른 물가상승 압력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는 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호미로 막아야 하는데 필요하면 가래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의 중앙은행 소통 철학에도 상당 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저는 케빈 워시의 의도를 충분히 헤아린다”며 “지금까지 시장에서 생겨온 관행이 일방적인 정보 전달 형태로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은 시장에 신호를 전달하는 동시에 시장의 정보를 듣고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송(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AFP, 공동취재단)
신현송(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AFP,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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