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라서? 아니, 명확해서”…월가가 워시에 안도한 이유

주식

이데일리,

2026년 8월 30일, 오전 10:03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첫 잭슨홀 연설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매파적이지만 차라리 명확해졌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설명을 극도로 아끼며 키웠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경제 상황에서 실제 금리인상에 나설지에 대한 정책 반응함수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밖에 월스트리트 거리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밖에 월스트리트 거리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네이선 시츠 씨티그룹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시 의장의 연설 직후 “워시 의장이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제 더 잘 알게 됐으며 이는 매우 유용하고 건설적”이라며 “7월 기자회견 직후와 비교하면 그의 경제 진단을 알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은 이날 연준의 물가 목표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 2%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수단이 정책금리라고 밝혔다.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연준에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도 했다.

이는 7월 FOMC 이후 시장에서 제기됐던 ‘워시의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을 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에 일정 부분 답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됐다.

크리스토퍼 호지 나티시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월 기자회견과 비교해 뚜렷한 개선”이라며 시장이 이전에는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워시가 인플레이션 문제를 직접 인정하고 2% 목표를 명확하게 재확인하면서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단기금리 뛰고 장기금리 안정…“채권시장 불안 완화”

채권시장의 반응에서도 이 같은 평가가 나타났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11.8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오른 4.348%를 기록한 반면 30년물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시장이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여 잡으면서도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크게 키우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사이러스 아미니 하이픈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워시의 연설이 “채권시장의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울 것”이라며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과 물가를 충분한 속도로 목표까지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미니 CIO는 “이번 연설에서 부족했던 한 가지는 실제로 인플레이션과 싸울 신뢰할 만한 계획”이라며 정책 실행 방안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마크 해켓 네이션와이드 수석시장전략가는 “워시가 시장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관점을 전달하려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워시가 2% 물가 목표에 대한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릴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게 해켓의 평가다.

실제 금리선물시장이 반영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연설 전 35%에서 연설 후 57%로 뛰었다. 크리스 건스터 피델리스캐피털 채권부문 대표는 “워시는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며 강한 노동시장과 목표를 웃도는 물가에 대한 그의 판단이 단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FP)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FP)
◇“GPS 원했는데 나침반만”…반응함수엔 여전히 물음표

그러나 월가가 워시의 연설에 만점을 준 것은 아니다. 물가에 대한 판단은 명확해졌지만 정확히 어떤 경제지표의 조합이 연준의 금리인상을 촉발할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필 블랑카토 오사익 수석시장전략가는 “워시는 분명 7월보다 명확했다”며 “그가 물가를 어디로 가져가려 하는지는 더 잘 이해하게 됐지만 어떤 물가와 노동시장 지표의 조합이 연준을 움직이게 할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거의 가이던스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터 앤더슨 앤더슨캐피털매니지먼트 창립자는 “투자자들은 경제에 대한 GPS(위성항법장치)를 원했지만 연준은 나침반을 줬다”고 표현했다. 그는 워시가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는 ‘새로운 연준 체제’를 분명히 했다며 시장이 이에 적응하는 동안 변동성이 다소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누 바르게세 카슨그룹 글로벌 거시전략가는 워시가 미국 경제가 과열돼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어떻게 조금 식힐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렸다”며 “정책 반응함수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있었으면 했다”고 지적했다.

워시의 소통 축소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남아 있다. 연준 수석 자문역을 지낸 경제학자 로버트 테틀로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가격을 왜곡한다는 워시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워시가 현재 경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긍정적이며 그의 경제 진단이 상당히 전통적인 것이었다는 점도 안도할 부분이라고 봤다.

결국 월가의 다음 관심은 워시의 ‘말’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쏠린다. 패트릭 하커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를 거의 6년간 웃돈 점을 지적하면서 “계속해서 ‘이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만 할 수는 없다”며 2%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동은 말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를 낸다”고 말했다.

당장 첫 시험대는 9월 FOMC다. 이에 앞서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워시의 매파적 원칙이 실제 금리인상으로 이어질지를 가를 전망이다. 월가는 첫 잭슨홀 연설에서 워시가 내놓은 ‘나침반’에는 일단 안도했지만, 그것이 실제 어느 방향으로 연준을 움직일지는 아직 확인해야 한다는 평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소형 황소상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소형 황소상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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