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강원 인제군 기린면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2026 현대 N 페스티벌' 3라운드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꽃 앞에서 지갑이 열리는 곳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인근 애슐리퀸즈가 내놓은 불꽃축제 관람 좌석 170석도 예약을 시작한 지 2분 만에 동났다. 일부 상품은 2인 기준 69만원이다. 한강변 호텔 숙박료는 200만~300만원대로 뛰었고 500만원대 패키지까지 등장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축제를 조금 더 편하게 보기 위해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쓰는 셈이다.
예전 불꽃놀이의 명당은 돈보다 부지런함에 가까웠다. 남들보다 일찍 한강에 도착해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지키면 됐다. 이제 그 공식에 돈이 끼어들었다. 몇 시간 먼저 움직이고, 자리를 맡고, 인파 속에서 버티는 과정을 한 번의 결제로 건너뛴다. ‘좋은 자리’를 산 것 같지만 실은 그 자리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산 셈이다.
여기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숨어 있다. 1년에 한 번뿐인 불꽃축제에 갔는데 앞사람 머리만 보다 돌아오거나,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시야가 가리는 자리를 잡는다면 낭패다. 30만원은 비싸지만 적어도 ‘잘 보인다’는 결과는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가 돈으로 지우는 것은 기다림뿐 아니라 이런 불확실성까지다.
그래서 요즘 명당은 장소가 아니라 상품이 된다.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에 돈을 내는 게 아까워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돈으로 가장 사고 싶은 것이 뚜렷해진 시대다. 시간을 아끼고, 고생을 줄이고, 실패할 가능성까지 없애는 것. 불꽃은 몇 분이면 사라지지만 그 몇 분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 지갑은 먼저 열린다.
어쩌면 올해 불꽃축제에서 가장 비싼 것은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돗자리를 들고 뛰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고 “여기서 잘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확신. 우리는 불꽃을 산 게 아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