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역머니무브' 맞선다…삼성증권, 9년 만에 발행어음 가시화

주식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후 07:14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올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로 인상, 시중 자금이 증시에서 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되돌아가는 ‘역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는 3%중후반대 이자를 주는 ‘발행어음’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016360)의 오랜 숙원 사업인 발행어음 인가 절차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사진=삼성증권)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안건이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는 매월 격주 수요일마다 열리고 있으나 지난 8월 한 달 간 휴지기에 돌입하며 휴업 상태였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에서 벗어났다. 최근 자산관리(WM) 거점점포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관련된 금융감독원의 제재 수위가 ‘기관경고’로 최종 확정되면서 사업 추진을 가로막던 중징계 리스크가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통과하며 발행어음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었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인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앞두고 WM 부문의 중징계 가능성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안건 상정이 한동안 보류되는 진통을 겪었다. 당시 당국은 제재 절차가 최종 완료된 후 인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이번에 제재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9년 만의 숙원이 결실을 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주면서 2025년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인가를 받지 못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체적인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자본시장 내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 총 7곳이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발행어음 시장도 지난해 대비 확대 추세다. 지난 연말 대비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발행어음 평균잔액은 미래에셋증권이 8조 1383억원에서 10조 2171억원, 한국투자증권이 17조 8485억원에서 21조 1403억원, NH투자증권이 8조 3173억원에서 9조 539억원, 키움증권이 3337억원에서 1조 816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대비 확연한 메리트를 갖춘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은행 예적금과 달리 별도의 복잡한 우대금리 조건 없이도 높은 약정 수익률을 고정으로 제공하는 데다, 1~365일 사이 만기를 일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단기 유동성 자금을 굴리기에 유용하다.

이율도 시중은행 예금보다 높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자들의 1년 약정형 발행어음 금리는 연 3% 후반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수시입출금형(CMA) 금리도 연 2%대 후반 수준이다. 특판의 경우에는 4% 중반대까지 치솟는다. 이는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나 일반 파킹통장 기본금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물론 발행어음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들의 신용으로 발행되는 만큼 실질적 안전성이 높다는 점은 자금 유입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WM 분야의 강자인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할 경우 ‘삼성’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와 강력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막강한 후광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삼성증권이 신규 고객 및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특판 금리를 제시하거나 경쟁력 있는 고금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 대규모 수신 자금을 유치하고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특히 시중은행 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원하면서도 삼성이라는 그룹 특유의 높은 신용도와 안정성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직 발행어음 인가 취득 전이나, 인가 취득 후 운용자산 다변화에 따른 이자수익 및 운용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리테일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점차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역시 발행어음 사업 개시를 위해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일단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획실 산하에 발행어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올해 초에는 이를 2개 팀으로 나눠 전문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해 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인가 의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약 3주 간의 전산 및 상품 점검을 거쳐 곧바로 신규 상품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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