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핵심"…주주환원책, 한국 증시도 떠받칠까

주식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후 02:24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반도체 기업들의 잇단 주주환원 발표로 주주환원이 주가를 끌어올릴 재료가 될 수 있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일회성 환원 규모보다는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주주를 우선시한다는 신뢰를 시간과 숫자로 증명하는 과정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1일 발간한 전략보고서에서 “애플과 대만 TSMC의 사례를 본다면 주주환원은 분명 오랫동안 꾸준하고 강하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패”라며 “다만 조건이 붙는데, 이는 명확한 신뢰”라고 밝혔다.

◇애플, 배당 중단 16년 만에 자사주로 부활…‘자사주소각·배당성장’ 주효

애플은 1987년부터 1995년까지 배당을 지급하다 1996년 매출 부진으로 배당을 중단했다. 1997년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그가 사망한 2011년까지 배당 대신 현금을 쌓는 정책을 유지했다.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보다 높을 때는 이익을 유보해 재투자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회사가 새 사업이나 설비에 돈을 다시 넣었을 때 얻는 수익률(ROIC)이 그 돈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WACC)보다 높다면 재투자는 기업가치를 키우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100억원을 빌리거나 주주 돈으로 조달하는 데 연 8%의 비용이 들지만, 그 100억원을 사업에 투자해 12%를 벌 수 있다면 4%포인트만큼의 초과수익을 만든다. 이 경우 배당으로 현금을 나눠주기보다 이익을 회사 안에 남겨 성장사업에 재투자한 정책 자체를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흐름이 바뀐 건 2012년 CEO로 취임한 팀 쿡부터다. 팀 쿡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재개했다. 처음에는 임직원 보상이 목적이었다가 2013년부터 자사주를 주주환원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폰 성장세가 약해져 실적성장도 둔화하고 주가도 25달러에서 15달러로 40% 하락한 상황에서 애플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며 “이것이 가이던스 하향에도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세는 분명 과거보다 꺾였지만, 주주들이 누리는 이익의 몫은 계속 커졌다”며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순이익 성장률을 웃돈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에는 주주환원 형태별로 다양한 투자 가능 지수가 존재하는데, 이를 통해 시장이 선호하는 환원 방식도 확인할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실제 발행주식수를 줄여서 주주환원을 꾸준하게 한 기업의 장기 성과가 자사주를 단순히 많이 매입하는 종목보다 뛰어나다”며 “배당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보다 꾸준히 증가시키는 ‘배당성장’ 종목이 더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꾸준히 환원을 늘린다는 신뢰가 일회성 규모보다 중요하다”며 “이는 주주환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TSMC는 “DPS 줄이지 않는다” 약속 15년째 준수

애플이 자사주 활용 사례라면 TSMC는 배당 사례다. 2014년까지 정액배당 정책을 유지하던 TSMC는 2015년 주당배당금(DPS)을 50% 상향하고 배당정책을 공식 문서화했다. 이어 수 차례 반도체 업황의 호황과 불황을 거치며 이익의 안정성을 확신한 TSMC는 2019년 ‘잉여현금흐름(FCF)의 70%를 분기배당으로 환원하며 DPS를 줄이지 않는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2019년과 2023년 다운사이클에 TSMC마저 감익에 접어들었을 때도 이 약속은 지켜졌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8월 TSMC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했던 이유가 호황일 때 실적의 상방이 뚫렸기 때문이 아니라 불황일 때 실적의 하단이 막혔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라며 “주주환원 역시 마찬가지다. 좋을 때 주주환원을 신경 쓴다는 것보다 상황이 안 좋아도 주주를 우선시함을 숫자로 증명함이 주주환원을 주가상승의 재료로 만드는 과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서도 ‘자사주 소각’·‘배당성장’ 신뢰 쌓는 종목 있다?

비록 주주환원이 부족한 시장으로 평가받는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개별 기업으로 내려가면 오랜 기간 환원에 대한 신뢰를 쌓아온 종목들은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최근 3년 중 2년 이상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소각을 시행한 기업으로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LG(003550), POSCO홀딩스(005490), 셀트리온(068270), 신한지주(055550)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는 2025년 자사주 매입액(주주환원)으로 8조75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속으로 DPS를 줄이지 않은 ‘배당성장’에 가까운 종목도 제시됐다. 동서(026960)와 SK가스(018670), KT&G(033780), 오뚜기(007310), LG(003550), 현대백화점(069960)은 23년째 DPS를 줄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대글로비스(086280)(21년), 한솔케미칼(014680)(18년), 현대모비스(012330)(17년) 등도 장기간 배당을 유지·확대해온 종목으로 꼽혔다.

김 연구원은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배당수익률이 단순히 높고 배당을 유지만 하는 종목은 채권의 대체재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이 크지 않다”며 “그래서 배당을 꾸준히 줄이지 않거나 늘려주면서 주주들에게 신뢰의 기간을 쌓고 있는 종목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