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금리 고공행진…채권값 떨어지는데 지금 사도 될까

주식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후 11:2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추가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채권을 무조건 팔고 현금으로 피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오히려 높아진 금리 덕분에 새로 채권을 사는 투자자는 과거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만기를 분산하면서 우량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각국 화폐 (사진=로이터)
각국 화폐 (사진=로이터)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4.8%를 넘어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미국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리 올랐는데 채권을 사라?

채권 투자자가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 3%의 이자를 주는 기존 채권을 갖고 있는데 새로 발행되는 비슷한 채권의 금리가 5%로 올라간다면 투자자들은 굳이 3%짜리 채권을 같은 가격에 살 이유가 없다. 기존 채권 가격이 떨어져야 경쟁력이 생긴다.

따라서 금리가 급등하는 시기는 기존 채권 보유자에게 불리하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크다.

하지만 새로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에게는 얘기가 달라진다. 높은 금리로 채권을 매입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전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타 노턴 엠파워 수석투자전략가는 “채권시장의 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향후 수익률에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채권이 죽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수십년과 같은 강력한 상승세는 없더라도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현재처럼 채권 자체에서 받는 이자가 높으면 금리가 추가 상승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이자수익이 손실을 어느 정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웠던 코로나19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채권 투자 여건이 달라진 셈이다.

◇장기채보다 3~7년…“‘중간지대’ 노려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전략은 채권을 포기하기보다 듀레이션(duration)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듀레이션도 길어진다.

마크 맥캐런 웨스콧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리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3~5년 이하 채권을 선호하고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가 통제될 때까지 채권금리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량채와 단기물 중심으로 방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에릭 크래츠 아레나 프라이빗 웰스 CIO는 만기가 5~7년인 미 국채를 4.51~4.63% 수준의 금리에 매입하고 있다. 그는 이를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위험을 지나치게 키우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높은 이자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중간지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초단기채로 향하는 자금도 늘고 있다. 모닝스타 다이렉트에 따르면 초단기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지난 7월 128억달러(약 17조3930억원)가 순유입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우량 회사채 5%대…인플레 걱정되면 TIPS

국채 이외의 채권으로 분산하는 방법도 있다. 크래츠 CIO는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 가운데 금리가 5% 이상인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국채보다 신용위험은 높지만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금리가 매력적이라는 판단이다.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변동금리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크래츠 CIO는 신용등급 A 이상인 우량 기업의 단기 변동금리채에 주목하고 있다. 변동금리채는 일정 기간마다 시장금리에 맞춰 이자가 조정되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가 받는 이자도 올라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는 투자자라면 TIPS도 대안이다. TIPS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해 원금이 조정되는 국채다. 켄 로반 리저버 로드 웰스매니지먼트 파트너는 고객들의 은퇴계좌에서 만기 5~15년 TIPS를 분산 매입하고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3~4% 수준에 머문다면 TIPS에서 약 2.4%의 실질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채권 팔더라도 전부 현금으로 가지 마라”

전문가들이 경계하는 것은 금리 상승이 두려워 채권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옮기는 전략이다.

맥캐런 CIO는 장기적으로 현금에만 머무는 전략은 인플레이션을 이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가 발생해 금리가 떨어질 경우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완충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채권은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균형을 위해 어느 정도 듀레이션을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장기물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결국 국채금리 4.8% 시대의 채권 투자전략은 ‘채권을 살 것인가, 팔 것인가’의 양자택일보다 어떤 만기와 어떤 종류의 채권을 보유할 것인가에 가깝다. 금리 상승은 기존 채권 가격에는 악재지만 새로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이자를 확보할 기회이기도 하다. 금리의 방향을 맞히려 하기보다 만기를 분산하고 우량채 중심으로 이자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진 이유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FP)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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