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줄이고 핵심 역량을 재배치하는 차원에서 에너지 공기업 구조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이 가운데 발전 5사 통합과 석유·가스공사 통합은 국가 에너지 인프라 관리체계를 재편하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태안화력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우선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가칭 ‘한국발전’ 단일 법인으로 통합한다. 발전 부문 경쟁 도입을 위해 2001년 4월 분할한 이후 25년 만이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대규모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을 위해 발전 부문의 거버넌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통합의 핵심 명분은 투자 역량 결집이다. 현재 발전 5사는 연간 약 500억원의 R&D와 약 2000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을 발전사별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통합재무구조를 활용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와 중복인력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통합 법인에는 해상풍력 등 대형 사업을 맡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를 담당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를 설치한다. 지역에는 태양광과 육상풍력 등을 담당하는 지역 재생에너지본부를 3~4개 두기로 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발전 5사 통합의 정책적 타당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탄화력 중심인 발전 5사의 개별 자본으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해상풍력, 배터리 저장장치(BESS), 양수발전 등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거대 단일 법인으로 전환하면 자본 적정성과 신용도를 높여 해외 자본 조달과 무탄소 에너지 투자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이다. 가장 큰 변수는 인력 문제다.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조직과 인력의 중복이 발생하는 만큼 임직원의 구조조정 우려가 불가피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단순 인원 감축 중심의 비용 절감형 구조개편이 돼서는 안 된다”며 기존 화력발전 인력을 재생에너지·수소·탄소포집 및 저장(CCS)·발전소 폐로 관리 등 미래 분야로 전환배치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사 이전을 둘러싼 지역 갈등도 과제다. 현재 발전 5사는 충남·경남·부산·울산 등에 본사를 두고 있어 통합 과정에서 본사 기능을 한 곳으로 집중하면 세수 감소와 인구 유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발전사들의 본사가 있는 지역을 포함해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통합 발전사 본사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정부는 본사 소재지의 경우 아직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유 교수는 “중앙 통합 본사가 행정·재무·전략을 총괄하되 기존 지방 거점을 해상풍력, 수소·암모니아, 기후기술 R&D 등 기능별 전문 거점으로 활용하는 ‘1본사·멀티허브’ 체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장 독점 우려도 나온다. 유 교수는 “대형 단일 발전공기업의 시장 독점력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전력시장 감독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가격 결정 메커니즘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사진=석유공사)
◇ ‘에너지자원공사’ 출범…석유공사 부채 처리에 성패 달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 역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대형 구조개편이다. 정부는 두 기관을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통합해 석유·가스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 협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석유공사의 석유비축과 제한적인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이관하고, 알뜰주유소 등 유통구조 개선 기능은 한국석유관리원으로 넘긴다. 그동안 함께 거론됐던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석유·가스와 광업의 기술적 차이 등을 고려해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고 별도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
최대 걸림돌은 석유공사의 재무 부담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2조5000억원 이상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전체 부채도 20조원에 달한다.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가스공사가 석유공사의 부채를 떠안을 경우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의 재무구조 차이로 인해 통합 과정에서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악화와 주주 반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려 사항을 잘 알고 있다”며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통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석유공사의 부실자산을 별도 청산 자회사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기능개혁 방안에도 가칭 ‘에너지자원공사’ 아래 부실자산 관리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안이 담겼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각 기관별 이해가 민감한만큼 통합 논의를 신중하게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공사 통합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