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백악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와 유선 회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통화는 약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대화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대응을 고려하는 시점에 이뤄져,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악관 발표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직접적이었고 생산적이었다”며 “이스라엘이 지난주 이란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을 지원한다면서도 이란 핵시설, 석유시설 등에 대한 타격은 반대하고 있다.
당초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날 미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갈란트 총리의 미국행을 불허하며 제동을 걸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 방문에 앞서 자신이 먼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서 이란에 대한 재보복이 승인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확하고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며 “이란은 결과를 보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해온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의사소통 부족은 두 나라관계의 더욱 깊은 단절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수 언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무선호출기·단말기 폭파사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암살 등 일련의 사건에서 미국에게 사전에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화를 냈으며 심지어 그를 “멍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것이 전해졌다.
NYT는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로이드 J. 오스틴 3세 국방장관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기 전 명확한 사전통고가 없어 중동에 있는 미국인들의 생명이 위험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아랍 국가들은 중동 지역 긴장을 완화하고 모든 전선에서 휴전을 끌어내기 위해 이란과 비밀 회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하며 지난 1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분명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레바논에서의 전투를 종식시키고 이스라엘인과 레바논 시민 모두가 그 지역에 있는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지만, 특히 베이루트와 같은 인구 밀집지역에서의 민간인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대해서는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외교를 시급히 재개할 필요성”에 대해 두 지도자 모두 동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 지역의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요르단에서 오는 통로를 즉시 재활성화”하는 것을 포함해 가자 북부에 대한 통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와 관련해 구체적 언급 없이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다”라는 입장만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