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0일 타이베이 총통궁에서 열린 113번째 건국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라이 총통은 10일 타이베이 총통궁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기념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대만은 진먼, 마쓰, 펑후(대만을 이루는 3개 주요 섬)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화인민공화국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 땅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는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대만 국민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고 국방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힘을 통해 평화를 확보하는 억지력을 발휘해 미래 세대가 평화롭게 살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우리 모두는 국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결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 취임한 라이 총통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주진보당(민진당) 출신으로 대만과 중국은 서로 다른 국가라는 ‘양국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나달 25일 미국 뉴욕서 열린 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민주주의 대만과 전제주의 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열린 건국기념실 행사에선 “중화민국(대만)은 113살이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75살에 불과하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중화민국의 조국이 아니다”라며 ‘조국론’을 꺼내기도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 통일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연일 계속되는 라이 총통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이 총통의 건국기념일 연설을 두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만 해협의 긴장을 고조하려는 악의적 의도로 대만에는 소위 ‘주권’ 없다”면서 “중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적 정부이며 그들(대만)이 무엇을 말하든 하든 양안이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면서 “대만을 방문하는 소수의 외국 정치인에게 잘못된 말과 행동을 바로 잡으라고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달 9일 라이 총통의 ‘조국 발언’에 대해 “낡은 술을 새 병에 담는 괴담”이라고 비난하며 “양안 동포가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바꾸거나 대만 동포의 조국 의식을 없앨 수 없다”고 전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양안 관계에 대해 “서로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항상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용의가 있고 대화와 교류를 위해 계속 노력하길 희망한다”며 유화적 제스처도 보였다.
대만군의 미국산 전차가 지난 7월 24일 펑후섬에서 실시한 군사 훈련에서 사격하고 있다. (사진=AFP)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대만이 대화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외부 시각이다. 오히려 대만의 건국기념일 이후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 등을 실시해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중국은 라이 총통의 연설을 대만 해협에서 군사 행동을 취할 구실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는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만에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