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종전'을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을 하게 되면 전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그 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활용해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도록 허용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내부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확전을 우려해 미국이 끝까지 불허했던 정책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것은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군 파병으로 인해 사실상 전쟁이 2 vs 1 구도가 된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참전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미국은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 지뢰 사용도 허용했다. 지난 2022년 한반도 외 지역에서 대인 지뢰 사용을 금지했던 정책을 뒤집은 셈이다. 앞서 방어 목적이라는 조건 하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데 이어 장거리 미사일과 대인 지뢰까지 사실상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제한 사항을 모두 푼 것이다.
러시아도 최근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고 '개정된 핵 교리'를 승인하면서 핵 사용 문턱을 낮추는 등 '강 대 강'으로 맞섰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경제 원조 부채의 절반(약 46억5000만 달러)을 탕감하겠다는 의향서를 의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이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데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빠른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이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종전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양측이 점령하고 있는 영토를 기준으로 종전하는 방안이다.
우크라이나도 지난 8월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 일부 지역을 점령한 뒤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선 영토 양보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 쿠르스크 지역을 확보하고 있어야 향후 종전 협상에서 영토 교환 등을 노려볼 수 있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은 "에이태큼스가 전반적인 전쟁의 궤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진격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면 분명히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지 않고서는 종전할 이유가 없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 쿠르스크 지역을 되찾기 위해 서방 국가들에 핵 교리 승인 등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차질을 줄 필요가 있다.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의 알렉산더 르마코프도 러시아의 핵 교리 승인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위한 작전 매뉴얼이라기보다는 잠재적 적들에게 그러한 조치가 고려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선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확대가 트럼프 당선인이 빠르게 종전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빠른 종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초부터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후에도 쿠르스크를 탈환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내미는 종전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그럴 경우 미국은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용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댄 코발릭 미국 정치 평론가는 "미국 국민들이 대체로 전쟁 종식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정치적 도전을 안겨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책 방향을 쉽게 뒤집지 못하도록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자신의 유산을 지키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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