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코미디언은 가상화폐 거래소 '트론'(Tron)의 저스틴 선 대표에게 낙찰됐다.
7명이 참여한 이번 경매에서 소더비스는 100만 달러(약 14억 원)~150만 달러(약 21억 원)의 추정가격을 제시했고, 6분간 이어진 입찰 끝에 최저 추정가격의 6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렸다.
입찰가는 80만 달러에서 시작해 20초 뒤 150만 달러를 넘어섰고, 온라인과 전화 입찰자 사이의 경쟁 끝에 홍콩에서 입찰에 참여한 저스틴 선에게 낙찰됐다.
바나나는 상해서 곧 교체해야 하므로, 선은 진품 증명서와 함께 바나나가 상했을 때 어떻게 교체해야 하는지 설명서를 받았다.
저스틴 선은 중국에서 태어나 트론을 창립한 기업가다. 선은 "이것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다. 예술, 밈,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 현상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며칠 내로 이 독특한 미술적 경험의 일환으로 이 바나나를 먹어서 미술사와 대중 문화에서의 이 작품의 위치를 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몰린 아트페어에서 한 행위예술가는 "배고팠다"며 이 바나나를 먹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전시됐을 때도 한 대학생이 이를 떼어서 먹었다.
작품은 총 3개의 에디션으로 구성됐으며, 당시에는 각각 12만 달러(약 1억 6000만 원)에서 15만 달러(약 2억 1000만 원)로 팔렸다. 그중 1점은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기증됐고 나머지 2점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 팔린 에디션의 이전 소장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낙찰된 바나나가 경매 전 맨해튼의 한 과일 가판대에서 35센트(약 500원)에 파는 유명 식품회사 돌(Dole)의 바나나라고 전했다. 원래 바나나 가격의 약 1720만 배에 낙찰된 것이다. 이를 판 방글라데시 출신 상인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한편 이 작품을 만든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도전적이고 과감한 작품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코미디언이 장난으로 만든 것이 아닌,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평이자 성찰이라고 말했다.
카텔란은 코미디언뿐만 아니라 지나친 부(富)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담은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18캐럿짜리 황금으로 도금한 변기를 제작했다. 이를 소장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이 임대를 요청한 반 고흐 그림 대신 아메리카의 장기 임대를 제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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