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에 내정된 피터 나바로 전 미국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 7월 1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 날에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충성파이자 무역 강경파 나바로…한미FTA 폐기 조언도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내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피터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끈질긴 사람은 없었다”며 나바로 내정자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불공정한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모든 관세 및 무역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했다”면서 “그의 임무는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바로 내정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대표 지명자와 함께 강한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를 무기로 무역파트너국가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2기 무역정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1기 트럼프 정부 때 보호무역 정책을 제시하고 고율 관세를 앞세운 대중국 무역전쟁을 기획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관세전쟁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공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는 무역뿐 아니라 정치, 군사, 인권 등 다방면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혐오를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나바로 내정자는 한·미 FTA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부터 해당 협정이 미국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주장했고, 트럼프에게 FTA 폐기 등을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1기 당시 온건파로 분류된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나바로의 영향을 받아 작성한 한·미 FTA 폐기 문건을 대통령의 책상에서 훔치기까지 했다. 한국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인물이다.
나바로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충성파 중 충성파’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1월 6일 국회 폭동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위원회의 의회 소환장을 거부한 혐의로 지난 3월 마이애미의 연방 교도소에서 약 4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조사를 막기 위해 본인이 직접 감방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지난 7월17일 출소하자마자 공화당 전당대회에 나와 연설을 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보여줬고,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대한 보답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부 반독점국 차관보로 내정된 게일 슬레이터.
트럼프 당선인은 아울러 법무부 반독점국 수장으로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경제고문인 게일 슬레이터를 내정했다. 친기업 성향인 트럼프 당선인이 반독점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의심이 있었지만, 빅테크 규제에 매파인 슬레이터를 지명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빅테크 독과점에 대한 조사 및 소송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빅테크는 수년간 가장 혁신적인 분야의 경쟁을 억압하고,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수많은 미국 국민의 권리와 작은 테크 기업을 탄압하며 제멋대로 해왔다”면서 “나는 내 첫 임기 때 이런 남용에 맞서 싸운 것이 자랑스러우며 법무부는 게일의 지휘 아래 이 일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게일 후보자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반독점 담당 변호사로 10년 활동한 인물로 했다. 유기농 식료품소매업체인 홀푸드의 와일드 오츠 인수 등을 저지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경쟁적 인수·합병(M&A)에서 칼을 휘두르기도 했다. 특히 슬레이터 지명자는 워싱턴 내 기술 회의론자들 사이에서 ‘반독점 매파’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2기에서도 경쟁당국의 빅테크 규제는 초당적인 이슈로서 힘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법무부 반독점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함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의 반독점 혐의에 대한 조사 및 소송을 진행했다. 다만 조나단 캔터 현 반독점국 차관보가 독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분할이나 매각 등 ‘구조적 조치’를 선호하는 반면, 슬레이터는 반경쟁 행위 금지 관련 조건을 부과하는 ‘행태적 조치’를 선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연구소인 비컨 폴리시 어드바이저스의 오웬 테드포드 분석가는 “슬레이터 지명은 경쟁당국의 빅테크에 대한 조사가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면서도 “다만 기업 분할이나 매각 등 강한 조치보다는 행태적 조치에 더 열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