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올해 유럽연합(EU)의 환경오염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올해 역내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판매한 차량의 평균 탄소배출량이 킬로미터당 93.6g을 초과할 경우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해법은 크게 세 가지다. 전기자동차 판매량을 늘리거나, 수십억유로의 벌금을 물거나, 다른 기업에서 탄소배출권 크레딧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전기차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판매량을 늘리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차와 가격 경쟁을 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실례로 폭스바겐그룹은 EU가 제시한 목표를 스스로 충족하려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거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UBS는 추산했다. 아울러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결국 수십억유로의 벌금을 무는 것보다는 탄소배출권 크레딧 구매에 수억유로를 쓰는 게 훨씬 저렴하고 현실적인 대안인데, 이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로부터 사들일 수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최근 EU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스텔란티스, 포드, 토요타 등과 ‘풀링’(pooling)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같은 방식으로 탄소배출권 크레딧을 판매해 전 세계적으로 2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지리가 소유한 폴스타, 볼보와 협력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그룹과 르노그룹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지난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종료돼 EU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BYD와 MG-상하이자동차(SAIC)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하는 것 외에는 거의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BYD는 중국 기업들 가운데 EU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했다.
그나마 르노그룹은 전략적 파트너인 닛산과 미쓰비시와 풀링할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부연했다.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경영난이 상당 부분 중국산 전기차 때문에 초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EU 내부에서는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임원들은 “중국 전기차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시기에 중국의 경쟁사들과의 풀링을 허용하면 유럽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의회의 중도우파 의원인 옌스 기세케는 “미국 및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풀링을 허용한 것은 경쟁사들에 이익이 제공할 수 있다”며 “EU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UBS의 패트릭 험멜 분석가는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니더작센주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고, 르노그룹 역시 15%가 국유 지분인 만큼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라고짚었다. 그는 또 “폭스바겐그룹은 여러 중국 업체들과 협력해야 할 수도 있다. BYD의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만으로 격차를 메우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