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갑 닫혀 울상인 명품업계, 트럼프 복귀만 기다렸다…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월 19일, 오전 09:3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이 세계 최대 명품 수요처인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으로 ‘트럼프 2.0시대’가 본격 개막하는 가운데 명품 업계가 극적 반전의 기회를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경기 둔화로 지갑을 급속도로 닫고 있는 중국인들의 빈자리를 미국인들이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1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티그룹이 작년 12월 명품 브랜드에 대한 미국 신용카드 지출을 분석한 결과 사용액이 전년 동기보다 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한 것으로 핸드백과 의류 판매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부터 달러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명품 소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귀환이 확정된 후 대대적인 감세와 관세 부과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지칠줄 모르고 우상향해 대선 직전인 작년 9월 말 이후 현재까지 약 9% 상승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고, 유로화 가치가 떨어져 미국인들의 명품 수요를 자극했던 사례는 2022년에도 있었다. 당시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기점으로 글로벌 패권을 움켜쥐면서 킹달러(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자 1유로의 가치가 1달러와 같아 지는 패리티(parity·동등 가치)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에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유럽 명품 기업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시장에선 당분간 미국의 명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원년인 올해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강달러 역시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현재 패리티 수준까지 근접한 유로·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패리티를 밑돌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명품기업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소비자들을 향해 적극 구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 팔찌, 퀼팅 가죽 핸드백 및 기타 디자이너 패션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사활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시장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해 패션 업계 매출이 전년보다 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중 미국에서 매출이 무려 7% 늘어나며 전 세계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 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애타게 기다리는 건 ‘비빌 언덕’이 사실상 미국 밖에 없을 정도로 사치품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위기와 경기둔화로 중국 소비자들은 디자이너 의류와 핸드백 구매를 줄이고 있고, 생활비 상승에 직면한 유럽 쇼핑객들이 과시적인 구매를 자제하는 중이다.

명품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은 실적을 통해 고스란히 확인되고 있다. 루이비통의 모회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해 3분기 글로벌 매출이 3% 감소했고, 구찌 모회사인 케링은 무려 16% 급감했다.

로이터통신은 “소매업체 경영진은 주식시장 강세와 가상자산 상승에 따른 미국 부유층의 소비력을 겨냥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부과할 관세는 달러 강세를 강화시켜, 미국인들의 유럽산 럭셔리 제품 구매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LVMH와 케링을 포함한 명품 브랜드들은 수십 년간 중국 소비자들의 활발한 소비에 의존해 왔지만 이제는 미국 소비자들이 이를 타개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