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면에 피해자 美 경찰관 전화통 불난 사연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월 22일, 오후 02:4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미 연방 의회 의사당 포위 공격에 가담한 1500명의 완전 사면과 6명의 감형을 단행하자 당시 피해를 입은 미국 경찰들 사이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미 의사당 테러 사건으로 수감되었던 피고인들이 워싱턴 DC 중앙 구치소 밖에서 친구 및 지지자들과 함께 석방을 축하하고 있다.(사진=AFP)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TY)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연방 교도소에서 수감자가 석방되면 피해자들에게 이를 자동으로 알리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의사당 폭동 가담자에 대한 사면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의사당 경찰과 워싱턴 D.C. 경찰에게 알림 전화가 빗발쳤다.

폭동 당시 부상을 입고 은퇴한 아킬리노 고넬 전 의사당 경관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법무부로부터 총 9통의 관련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면 조치를 두고 “정의의 조롱이자 배신”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2020년 11월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주장을 펴며 바이든 승리를 공식화하는 상·하원의 당선 인증 절차(선거인단 집계)를 막기 위해 이듬해 1월 6일 의사당에 몰려나 난동을 부렸다. 시위대와 의회 경찰이 충돌하면서 사태 발발 36시간 동안 5명이 사망했고, 경찰관 184명 등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의회가 이런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이던 지난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점령해 불태운 이후 처음이었다.

NYT에 따르면 당시 친(親)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은 야구 방망이, 깃대,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들을 폭행했으며, 한 경찰관은 금속 차단벽에 깔려 의식을 잃기도 했다. 폭동 직후 의사당 경찰 소속 브라이언 시크닉 경관은 가담자들에게 공격당한 뒤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또 다른 2명의 경찰관 제프리 스미스와 하워드 리벤굿은 사건 후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다가 끝내 생을 마감했다.
시크닉 경관의 형 크리에그 시크닉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그날(1월 6일) 우리는 민주주의를 잃을 뻔 했다”며 “아니 오늘 우리는 진짜 민주주의를 잃었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미 의사당 폭동 당시 의사당을 지켰던 해리 던 전 의사당 경관은 동료에게 연락하며 사면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며 “모두가 분노하고, 슬퍼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현장 경찰관들의 좌절감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결정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경찰 측 변호인단의 패트릭 말론 변호사는 “트럼프의 사면 조치는 법과 법 집행을 조롱하는 행위이며, 경찰관들은 이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 사이에선 침묵과 모호한 반응뿐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바이든 전 대통령 때 크게 확대됐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권한을 행사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