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10% 기본관세 및 국가별 상호관세 영향으로, 미국이 교역국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이 10배 가까이 폭등할 것으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가 분석했다. 이는 1930년 대공항 시기에 미국 내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던 ‘스무트-할리법’ 수준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를 통해 미국과 해외 기업 모두에게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한 세계화 시대는 끝났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십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관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보호무역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 판넬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적용해 5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9일부터는 무역적자를 크게 기록하고 있는 한국 등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는 개별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 부과 국가 외에는 10% 기본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미국과 무역흑자폭이 큰 국가들은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한국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등이다. 중국의 경우 기존 20% 관세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총 54%포인트 관세율이 올라가게 된다.
당초 미국은 교역국의 관세, 비관세장벽, 세제, 환율 정책 등이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상호관세율을 부과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의 절반을 상호관세율로 반영했다.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했거나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이 10% 미만인 경우 기본 관세인 10%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관대하게 부과했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와 공장이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기업이나 국가를 향해 “관세율이 제로가 되길 원한다면 바로 이곳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크다. 무역법232조에 따라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이어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등에도 향후 25% 이상을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교역국과 협상을 벌여 차츰 관세율을 낮출 계획이지만, 일부 국가가 보복관세를 예고해 세계 경제에 ‘관세 쓰나미’가 덮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단호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자국의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0% 상호관세에 보복 조치를 시사하는 동시에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상호관세 등과 관련한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선물을 미리 보냈던 일본도 ‘뒤통수’를 맞은 후 다른 나라들의 대응을 살펴보며 보복 조치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단 입장이다.

미국의 고관세 부과는 사실상 자유무역 종말 선언으로, 이대로 시행된다면 전 세계는 경기침체를 비롯해 대혼란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의 올루 소놀라는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미국 관세율은 지난해 2.5%에서 22%로 급등한다”면서 “이는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자,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10주간 장벽을 쌓아올린 고관세(품목별 관세·국가별 상호관세·10%기본관세 등)를 가중평균하면 22% 수준이란 얘기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도 지난해 미국 수입품 평균 관세 2%에서 올해 24%로 12배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스 옵스트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에 전쟁을 선포했다”며 “이는 전 세계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 확실히 타격을 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무역 파트너 간에 관세율을 차별화함으로써 각국이 더 낮은 관세율을 얻기 위해 상품을 환적하는 등 세계 무역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대공황이 더 악화된 것도 관세전쟁인 만큼 재연 우려도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했던 1930년대 초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앞으로 관세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스무트-홀리법은 2만 개 이상의 미국 수입품에 평균 4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다. 1929년 대공황을 겪고 있던 미국이 자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이 법을 제정·시행했다. 하지만 이후 전 세계가 보복관세에 나서면서 대공황은 더 악화했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경제사학자 더글러스 어윈은 “현재 미국의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대공황 당시인 1930년대 초반보다 훨씬 크다”며 “지금 상황이 당시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