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길 왜?…” 펭귄 사는 ‘외딴 섬’에 관세 때린 트럼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03일, 오후 11:3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펭귄 서식지, 무인도, 군사기지, 고래잡이 유적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대규모 상호관세 조치에 포함된 지역이다. 중국 등 경제 대국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이 전무한 무인도, 군사기지, 경제 규모가 미미한 태평양 및 아프리카의 소국들까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다.

호주 영토인 남극 허드 섬에 있는 월러스 비치에서 킹펭귄을 볼 수 있다.(사진=AFP)


◇호주 외부 영토도 개별 관세 부과 대상

3일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극 근처의 황량한 무인 화산섬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전 세계를 향한 무역 전쟁의 범위를 한층 더 확장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새로운 관세 대상국 목록에는 ‘허드 섬’과 ‘맥도널드 섬’이 포함됐다. 이들 섬은 호주의 외부 영토로 지구에서 가장 외딴 지역 중 하나다. 호주 서부 퍼스에서 배로 2주 이상 걸려야 도착할 수 있으며,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방문한 것도 10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관련 “지구상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고 반응했다.

이처럼 무인도인 허드 섬과 맥도널드 섬이 10% 관세 부과 대상이 된 것은 의아한 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에는 어업 활동은 일부 존재하지만, 인프라나 거주 시설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이 무인도 섬들은 80%가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황량한 환경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곳은 1877년 코끼리물범 기름 거래가 중단되면서 마지막 인간 거주자였던 포경업자들이 떠난 이후 경제 활동이 완전히 사라졌다.

허드 섬과 맥도널드 섬뿐만 아니라 호주의 여러 외부 영토가 이번 관세 조치에 포함됐다. ‘코코스(킬링) 제도’, ‘크리스마스 섬’ 등이 별도의 경제권으로 분류돼 10% 관세가 적용된다. 인구 600명의 코코스 제도에서 수출의 32%가 선박인데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노퍽 섬’은 29%의 높은 관세율이 부과됐다. 이는 본토 호주(10%)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치다. 노퍽 섬은 호주 동부 시드니에서 북동쪽으로 약 1600km 떨어져 있으며, 인구는 2188명에 불과하다. 관세 부과 대상이 된 노퍽 섬의 주요 수출품은 가죽 신발로, 2023년 미국으로 약 65만5000달러(약 9억6000만원)어치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지 플랜트 노퍽 섬 행정관은 이를 부인하며 “노퍽 섬에서 미국으로의 공식적인 수출 기록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바니지 총리는 “노퍽 섬이 미국과 경쟁할 만한 무역 상대인지 모르겠다”며 “이런 조치는 관세 정책이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마셜제도 국기를 달고 있는 트랜스오션 바렌츠 초심해 반잠수식 시추선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사진=AFP)
◇고래잡이 유적지·태평양 소국도 타격…군사 요충지도 포함

CNN에 따르면 북극권에 가까운 노르웨이의 ‘얀마옌 섬’ 역시 10%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곳은 경제 규모가 전무하며, 상주인구조차 없는 ‘황량한 산악 섬’이다. 군사 기지에 근무하는 소수의 인력이 임시로 주둔할 뿐이다.

뉴질랜드령 ‘토켈라우’도 10% 관세 대상이다. 태평양 남서부의 세 개의 환초로 이루어진 이 지역은 인구가 1600명에 불과하며, 연간 경제 규모가 약 800만 달러(약 117억원), 수출액이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수준에 불과하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인근에 있는 프랑스령인 ‘세인트 피에르 미클롱’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큰 타격을 받는 지역 중 하나다. 인구 5000명의 작은 지역이지만, 프랑스의 북미 식민지 유산 중 마지막 남은 지역이다. 이곳에서 수출하는 가공 갑각류 및 조개류에는 무려 50%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프랑스(20%)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둘러싸인 인구 220만명 규모의 ‘레소토’에도 관세 50%를 부과했다. 다이아몬드, 의류, 양모, 전력 장비, 침구류 등이 주요 수출품으로 연간 9억 달러 규모의 수출 중 20%가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의 군사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도 관세 대상에 포함된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영국령 인도양 지역에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는 약 3000명의 영국 및 미국 군사 인력과 계약업체 직원들이 주둔하는 중요한 군사기지다. 그러나 이곳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어류에도 10% 관세가 부과됐다.

태평양에 ‘마셜 제도’ 역시 10% 관세 대상이다. 인구 8만2000명 규모로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OFA)을 맺고 있으며, 미국이 국방을 책임지는 지역이다. CIA에 따르면 마셜 제도의 연간 수출액은 약 1억3000만 달러(약 1902억원)에 불과하다.

CNN은 미국 정부가 이러한 지역들을 포함한 배경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확한 데이터 없이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정책을 통해 제조업 회귀 및 세수 확보를 노리고 있지만, 이로 인한 외교적 반발과 국제 무역의 혼란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