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도 격랑속으로…인플레 재발에 소비침체 우려 확산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03일, 오후 07:14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최소 10% 이상의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높여 경제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관세가 단순히 수입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지며 물가와 고용 안정을 목표로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CBS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준수하는 국가를 제외한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 10%를 매기기로 한 데 대해 앞으로 몇 주, 몇 달에 걸쳐 수입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수입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이를 부담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결국 미국인들의 물가를 낮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소비자와 기업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CBS뉴스는 짚었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카토 연구소의 무역 전문가인 스콧 린시컴과 콜린 그래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황금 시대’에 대해 말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 가정의 물가 상승, 경제 성장과 기업 투자 감소, 그리고 수출 및 제조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보복 조치와 더불어 국내에서는 수입 원잔재의 약 절반이 더 비싸지게 되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CNBC 방송도 “일부 경제학자들은 관세율 인상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구축한 한 모델에 따르면 ‘극단적’ 시나리오에서 수입품에 대한 높은 세금이 핵심 인플레이션을 1.4∼2.2%포인트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에 앞서 물가는 이미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 구매 시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상승률은 전년 및 전월 대비 모두 지난 1월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1월(2.7%)보다 더 올랐다.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지수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더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근원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지난해 1월(0.5%)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미 경제의 근간이 되는 소비 지출도 위축될 조짐이다. 2월 명목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4% 증가해 0.5%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 전망을 밑돌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증가율은 전월 대비 0.1%에 그쳤다.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2.9(1985년=100 기준)로 2월(100.1) 대비 7.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도 3월 65.2로 전월 대비 9.6포인트 급락해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이날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세는 공급망 네크워크를 통해 모든 산업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단순한 일회성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것 이상으로, 더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연준이 현재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준은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서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인 바 있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더 극단적이며 미국 경제 전망에 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6%포인트 추가 상승, 미 경제에 부정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낸시 라자 파이퍼 샌들러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에서 마이너스(-) 1%로 조정하면서 “관세가 집중적으로 부과되는 지역이 중국, 베트남, 대만 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 물가 상승 위험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