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더는 中피난처 아니다"…트럼프 46% 관세 폭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03일, 오후 05:3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운동화부터 소파까지 가격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 가구, 장난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들 제품의 주요 생산기지인 베트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직격탄을 맞아서다. 앞으로는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회피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54%까지 치솟은 것도 미국 내 소비자가격 인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에 상호관세 46% 관세를 부과했다. 오는 9일부터 적용된다. 발효 후엔 베트남이 더이상 미중 무역갈등의 회피처가 아니게 될 것이라고 CNBC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34%로 책정했다. 지난 2월과 3월 10%씩 추가된 관세율에 더해 추가 관세율이 총 54%로 높아졌다. 19~25%인 기존 관세에 54%가 추가되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은 약 70~95%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사진=AFP)


◇나이키·아디다스 등 신발·의류 산업 직격

베트남은 미국의 10번째 주요 무역 파트너로 지난해 미국의 수입액은 136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9% 증가한 금액으로 미국 전체 무역에서 약 2.9%를 차지한다. 대중 수입액이 4389억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31% 수준으로 적은 규모가 아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의류, 가구, 장난감 브랜드 상당수가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나이키의 경우 전체 신발의 약 25%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아디다스도 2023년 기준 전체 신발의 39%, 의류의 18%를 베트남에서 만들었다.

또다른 신발 제조업체 스티브 매든도 베트남에서 생산 비중을 확대해 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실적발표 당시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 비중을 45%까지 줄이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멕시코, 브라질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스페이스·팀버랜드·밴스·잔스포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신발·의류업체 VF코퍼레이션은 전체 공급업체 중 38%가 중국, 17%가 베트남에 위치해 있다. 어그앤드호카 모기업 데커스브랜즈 등도 베트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가구 및 장난감 산업도 영향권

미국 가구 업계 또한 베트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번 관세 조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가구 수입 중 26.5%가 베트남에서 유입됐다. 중국(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온라인 가구업체 웨이페어의 니라즈 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미 기업들이 중국 외 다른 국가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이 지속적인 흐름”이라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이 생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로 베트남에서의 생산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CNBC는 짚었다.

장난감 업계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해즈브로, 스핀 마스터, 마텔, 크레욜라 등은 동남아시아 최대 장난감 제조업체 중 하나인 GFT그룹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베트남 북부에 5개의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펀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브 르펜데벤은 지난달 초 실적발표에서 “우리는 공장 비용 재협상, 생산 거점 다변화, 가격 조정 등의 조치를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AFP)


◇공급망 재편 전망 속…“어디로 이동할 지 확신 못해”

이번 관세 조치로 의류, 가구, 장난감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인지 주목된다.

아메리칸 이글의 마이클 마티아스 CF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18~20% 정도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이 비율을 한 자리 숫자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EO인 제이 쇼텐스타인은 “지금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 뉴욕 기반 의류생산업체인 바움 에섹스의 피터 바움 CFO는 “이번 상호관세 정책은 회사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80년 가족 사업을 단숨에 무너뜨렸다”고 강력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