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공포'에 나스닥 6% '폭락'…달러·유가도 '대폭락'[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04일, 오전 09:3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고율의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3일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그야말로 ‘검은 목요일’이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는 사상 최고치 대비 20% 이상 빠지며 주요 지수 중 처음으로 약세장에 진입했다. 미 국채는 피난처로 인식되며 매수세가 몰렸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까지 떨어졌고, 미 경기침체 우려에 달러가치는 1.5% 가량 급락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거래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AFP)
◇러셀2000지수 ‘약세장’ 진입…공포지수 30선 넘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98% 하락한 4만545.93을 기록했다. 2020년 6월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84% 하락한 5396.52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5.97% 빠진 1만6550.60까지 내려갔다. 나스닥 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는 6.59% 급락하며 1910.55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25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주요 지수 중 첫번째로 약세장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에는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소형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것이다.

월가에서는 주가가 10% 하락하면 ‘조정 국면’,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bear market)’으로 본다. 현재 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조정 국면에 있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그보다 조금 덜 하락한 상태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무려 39.56% 급등하며 30선을 넘어섰다.

기술주는 급락하고 의류·소매업체를 비롯해 중소형주 대부분이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트루이스트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키스 러너는 CNBC에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게다가 소형주는 변동금리 부채가 많아 이자 비용 부담도 높다.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에도…트럼프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적용해 5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9일부터는 무역적자를 크게 기록하고 있는 한국 등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는 개별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 부과 국가 외에는 10% 기본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이 낮아질 여지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교역국에는 10%의 관세율을 부과하면서 세수확보도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유무역시대는 종료되고 이젠 ‘고관세 장기화’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무역흑자폭이 큰 국가들은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한국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등이다. 중국의 경우 기존 20% 관세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총 54%포인트 관세율이 올라가게 된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시장이 출렁거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날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 발표로 미 증시가 폭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은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 시장과 주식은 호황을 누릴 것이다. 이 나라는 호황을 누릴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이것(관세 발표)은 수술이었다.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고, 나는 이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십년간 다른 나라로부터 갈취를 당해 신음하던 ‘미국’을 환자로 비유하며, ‘관세 정책 강행’이라는 수술을 통해 환자를 더 건강하게 고쳐놨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야기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거의 7조 달러(약 1경163조원)의 투자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호관세 발표에 미국 경제가 빠르게 식고, 인플레이션은 고조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강해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대로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전혀 후퇴할 기미를 보이지않자 시장은 더 낙폭을 키웠다.

3일(현지시간) 미 주요 상장사들이 급락하면서 대부분의 주식이 빨간색(하락)으로 도배됐다. (그래픽=finviz)
‘관세 회피처’의 실종…나이키·아디다스·룰루레몬 주가 급락

대부분 주식이 폭락했다. 아시아 생산 비중이 높은 나이키, 아디다스, 룰루레몬 등 운동화 및 의류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대거 급락했다. 나이키 주가는 14.44%, 룰루레몬 애슬레티카 주가는 9.58% 급락했다. 갭 주가는 20.32%, 언더아머 주가도 18.79% 빠졌다.

미국 장외주식시장(OTCQX)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거래되는 독일의 아디다스 주가도 10.13% 빠졌다.

이들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대거 아시아 시장으로 옮겼지만,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대거 관세부담을 지게 됐다. 월가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의류 시장에서 자국 생산 비중은 약 2.5%, 신발은 1%에 불과하다. 나이키는 신발의 약 절반, 아디다스는 약 39%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은 낮은 인건비와 숙련된 노동력, 잘 갖춰진 물류 인프라로 인해 생산기지로 각광 받았고, 미중 갈등 속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다는 인식에 기업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랜달 코닉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기업들이 지난 4분기 실적 발표 때 언급한 ‘피해 완화 전략’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UBS도 “사실상 모든 의류기업들이 관세 영향을 받게 됐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상 외에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장사 상위 9위 시총 및 주가 (그래픽=컴퍼니즈마켓캡)
◇기술주 줄줄이 타격…반도체지수 9.9%↓·애플 9.3%↓
그간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반도체주의 충격이 컸다. 엔비디아가 7.81%, 브로드컴은 10.51%, 퀄컴 9.51%, AMD가 8.9%나 빠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9.88% 하락했다. 한국에 25% 관세부과로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된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도 16.09% 하락했다. 관세 혜택보다는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된 것이다. 대만 TSMC ADR도 7.6%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7 모두 일제히 급락했다. 아시아 생산 비중이 큰 애플의 주가는 9.25% 급락했고, 아마존 역시 8.98% 떨어졌다. 메타(-8.96%), 테슬라(-5.47%), 알파벳(-3.92%), 마이크로소프트(-2.36%)도 관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은행주가도 폭락했다. JP모건체이스 주가는 6.97%,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11.06%, 모간스탠리와 웰스파고 주가도 각각 9.51%, 9.12% 급락했다.

반면 코카콜라, 펩시코 등 경기방어주는 선방했다. 코카콜라는 2.59%, 펩시코는 1.51% 상승했다. 종종 소비자 필수품으로 분류되며, 고객 사이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경기침체가 와도 여전히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월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커졌다”…올 성장률 ‘마이너스’도

월가는 일제히 대규모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고,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시기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야말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틀머프 대통령이 전날 발표한 상호관세 및 기본관세 등을 반영한 결과,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6% 성장에 그칠 것 예상했고, 연방준비제도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4.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보다 비관적으로 GDP가 0.1%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3.7%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연말까지 실업률 상승 가능성도 점쳤다.

UBS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너선 핑글은 “이처럼 큰 정책 조정은 미국 경기 확장세에 실질적인 하방 위험을 안긴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2026년까지 상승하고, GDP는 감소하며 실업률은 오를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두 분기의 마이너스 GDP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22V 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피터 윌리엄스는 “현 시점의 정책 기준선을 반영하면 2025년 근원 PCE 전망치는 4~5% 범위로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전하며,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3% 초중반이 적절했으나, 이제는 우려했던 2차 인플레이션 상승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연준 금리인하 불가피…시장은 6월부터 네차례 연속 인하 예상

이러한 시장 충격 속에서, 투자자들은 올해 6월부터 남은 기간 동안 연준이 네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베팅에 나섰다. 시ㅣ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오는 6월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99.1%를 반영 중이다. 7월 연이어 25bp를 인하할 확률도 73.5%에 달한다. 이후 9월 인하가능성은 54.19%, 12월 추가 인하가능성은 70.5%다.

핑글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겠지만, 초기에는 느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경제 피해가 분명해진 후에야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가격 상승은 통화정책이 2022년처럼 뒤처질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10년물 국채 금리 4% 근접…달러인덱스 한때 110선까지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국채금리도 급락 중이다. 오후 4시기준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15.9bp(1bp=0.01%포인트)나 빠진 4.036%까지 내려갔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금리 역시 20bp 떨어지며 3.704%에서 움직이고 있다.

생츄어리 웰스의 메리 앤 바텔스는 “이러한 관세가 지속된다면 경제는 둔화될 것”이라며 “경기 침체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가 둔화될 것은 분명합니다. 숨을 곳은 채권 시장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달러 역시 급락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무려 1.55%나 급락한 102.20을 기록 중이다. 장초반 101선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수요급감 우려에도 OPEC 증산합의...국제유가 6%↓

국제유가 역시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4.76달러(6.64%) 폭락한 배럴당 66.9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4.81달러(6.42%) 무너진 배럴당 70.14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침체 공포가 본격화하면서 원유 수요도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도 끌어내렸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의 일부 국가가 경기침체 우려에도 산유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유가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OPEC+의 8대 주요 산유국은 이날 회의를 갖고 하루 총 산유량을 5월부터 41만1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