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에 위치한 루이뷔통 매장.(사진=AFP)
현재 미국의 관세 제도는 남성 의류보다 여성 의류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진보정책연구소(PPI)의 무역·글로벌시장 담당 에드워드 그래서 이사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여성 의류에 대한 관세율은 16.7%로 남성 의류에 대한 평균 관세율 13.6% 보다 2.9%포인트 높다. 개별 품목별로는 2017년 기준 여성 정장에는 15.1%, 남성 정장에는 13.3%의 관세가 적용됐다. 여성과 남성 속옷에는 각각 12.8%, 8.6%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른바 ‘핑크 택스’(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인데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현상)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까지 더해져 미국 여성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된다는 의미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여성 의류에 대한 가계 지출은 평균 655달러(약 92만원)로 남성 의류 지출은 406달러(약 57만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사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옷 한 벌당 평균 1달러를 추가 지불,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남성 의류에 대한 관세 하한선 자체가 높아져 의도치 않게 성별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무역 정책을 연구하는 미국 텍사스주 A&M 대학교의 로리 테일러 공공 서비스·행정학과 교수는 “관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 의류 모두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 가격이 즉각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미국 내 의류 소매 가격이 64% 오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저소득층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에서 의류나 생활필수품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소득층보다 더 높아 가계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치품 보다 일반적인 상품에 대한 관세율이 더 높은 것도 영향을 준다고 CNN는 짚었다. 셩 루 미국 델라웨어대 패션·의류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일반 의류의 경우 원단에 따라 다른 관세율을 부과하는데, 울·캐시미어·실크와 같은 고급 원단의 관세율이 저가 의류나 운동화 등에 사용되는 면·폴리에스터·나일론의 관세율 보다 더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