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1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함께 등장하고 있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즈(FT)는 17일(현지시간) 중국이 최근 몇 주 동안 스웨덴, 헝가리, 노르웨이, 독일에 무역대표단을 파견해 중국 투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고 밝혔다. 중국은 이달 영국 런던 퀸 엘리자베스 2세 센터에서 열린 ‘중국 투자’ 행사에도 대규모 관리와 임원진을 파견했다.
중국 제조업체와 수출업체들 또한 유럽 시장 구매자들을 찾고 있다. 중국 주요 반려동물 사료업체인 펫팔의 한 매니저는 “우리는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산업용 부동산 개발업체인 CTP의 야로미르 체르닉 대표는 미국의 관세가 유럽 내 공장 및 창고 공간에 대한 중국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기업의 세계화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지도자 역시 최근 중국에 이전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지난 8일 리창 중국 총리와 통화에서 양측이 세계 경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전쟁 속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최대 245% 관세를 부과받으며 사실상 미국 수출이 완전히 막힌 중국은 대안시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EU도 상호관세 20%가 90일간 유예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외교관계를 다자화할 필요가 있다.
프랑수아 쉬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경제학자는 “양국 모두 대안 시장과 안정감이 필요하다”며 “전략적으로 이 두 경제 강국간의 양자 협력 강화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잠재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애물 역시 만만치 않다. EU는 중국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고 비난해왔다. 벨기에는 화웨이가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화웨이는 이 혐의들을 부인하고 있다.
또 다른 긴장 요인은 무역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EU수출은 수입의 2배가 넘는다. EU 지도자들은 중국이 자국의 약한 경제성장을 보완하기 위해 과잉 생산을 조장하고, 저가 중국산 제품을 EU시장에 범람시켜 자국 산업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지난달 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에 공감하며 일부 국가(중국)이 “현재 규칙을 부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해 전기차, 합판 등 다양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역시 EU산 돼지고기, 꼬냑, 유제품을 대상으로 관세부과를 위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듐 그룹 컨설팅의 노아 바킨은 “무역 불균형 심화, 중국의 러시아 지원,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는 중국 사이버 공격 증가로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새로운 저점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EU와 중국 사이에 어떤 종류의 데탕트(긴장 완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킨은 미국이 만약 EU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EU는 중국과의 나쁜 합의조차도 미국과 중국 모두와의 무역전쟁보다는 낫다고 경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 데어 라이엔은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EU가 중국의 덤핑에 대해 “안전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리창 총리가 국내 소비를 지원하고 과잉생산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U와 중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위급 대화와 협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화물가격에서는 두 경제구역간의 관계 개선 조짐이 나오고 있다. 중국 주요 항구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운임 변동을 측정하는 닝보컨테이너화물지수에 따르면 4월 11일까지 주간 미국 서부해안운임은 전주 대비 18% 하락한 반면 지중해 지역 운임은 15%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