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진정하라" 발언에도…시장 안심 못하는 이유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17일, 오후 05:22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스콧 베센트 재무 장관이 상호관세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시장에 “진정하라”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베센트 장관이 정책 명확성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완화책은 제시하지 않은 데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은 관세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사진=블룸버그 TV화면 캡처)
◇‘트럼프-월가 연락책’ 베센트 발언 시장 달래기 역부족

16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 칼럼니스트 릭 뉴먼은 ‘베센트 재무장관이 아무도 안심시키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그가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누구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실용적 접근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월가의 연락책으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흔들리고 있는 시장을 진정시켜야 할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전날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과도하게 주목받고 있으며, 올 연말쯤 시행할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법안 등 긍정적인 경제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센트 장관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여름이면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앞으로 90일 동안 (관세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이 훨씬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먼은 베센트의 최근 발언이 시장 달래기에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사업 계획을 세우기 위해 명확한 정책을 원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부과했다가 철회하고 다시 부과하는 불확실한 흐름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또한 정책이 명확해지더라도, 결국 관세 부과라는 ‘나쁜 소식’이 굳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센트(오른쪽에서 두번째) 미국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관세정책 오락가락…중국·EU 협상 대상서 빠져

협상 대상에 중국과 EU가 빠진 점도 시장이 불안해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앞서 베센트 장관은 상호 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동안 15개 주요 무역 상대국 중 중국을 제외한 14개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국·일본·영국·호주·인도 등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겠다면서 일정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뉴먼은 중국과 EU가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의 최종 결과가 미국 기업과 경제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먼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사실상 8000달러 규모 세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로 약 3조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적용되는 평균 세율이 2.5%에서 27%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관세 인상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건 1분기 수입업체들이 미리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가 몇 달 이상 유지되면 자동차, 의류, 가전제품, 핸드백 등 일상 소비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며 “미국인들은 늦여름 신학기 쇼핑 시즌에 충격적인 가격 인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이 “관세로 인해 소규모 일회성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베센트 장관이 관세 정책의 명확성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완화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시장이 불안해 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관된 무역 전략을 설명하는 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뉴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경제에 필요한 ‘약’이라고 표현하며, 마치 타인을 더 아프게 만들면 우리가 이긴다는 식의 발상으로 무역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미국 역시 고통을 받는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