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마 초청 수락…美·유럽 통상 마찰 속 정상회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18일, 오전 08:0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초청을 수락해 조만간 로마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멜로니 총리가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대(對) 유럽연합(EU) 관세 강화로 고조된 무역 긴장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로마 방문이 성사된다면 다른 EU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로마 방문 제안을 받아들였다. 가까운 시일 내 이뤄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만날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목표는 ‘서방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EU를 비롯한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 방침을 발표한 이후 EU 회원국 정상과 가진 첫 공식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유럽 정상들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멜로니 총리와는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1월 20일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 멜로니 총리를 초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멜로니 총리는 유럽을 휩쓴 인물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친구가 됐다”고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트럼프 “EU와의 무역 합의, 100% 가능”

앞서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무역 분쟁 해결 가능성에 낙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는 25%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거의 모든 품목에 추가 관세가 예고돼 있다.

멜로니 총리는 “합의는 가능하다고 확신하며, 이를 위해 내가 돕고자 왔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백악관 회담 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사전 조율을 가졌으며,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와 후임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와도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이후 EU와 관세 협상과 관련해 “무역 합의는 성사될 것”이라며 “100% 확신한다. 공정한 거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해 “잘못된 조치”라고 지적하면서도, 무역 갈등의 격화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U에도 미국과의 협상을 우선하도록 촉구하며, 보복관세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번 회담에서는 보다 신중하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미국과 EU 관계에서 이탈리아의 중재 역할에 힘쓴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 휴전엔 공조…나토 방위비도 논의

양국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서도 조기 휴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왔으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체 상태에 빠진 휴전 협상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조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주 중 러시아로부터 답변이 있을 예정”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는 않겠지만, 전쟁이 발발한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젤렌스키뿐 아니라 이 일에 관여한 모두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현재 이탈리아는 1.49%로 유럽 주요국 중 하위권이다. 이에 대해 멜로니 총리는 “유럽은 국방비 증액을 약속했으며, 우리가 모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양국은 국방, 경제, 에너지 등 분야에서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릴 것이며, 앞으로 10년간 미국에 1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성을 강조했다.

멜로니 총리의 백악관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었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회담을 마치고 19일 로마로 귀국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밴스 부통령는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유럽을 정면 비판한 연설로 논란이 됐지만, 멜로니 총리는 그를 옹호한 바 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부활절 주말 로마 방문 기간 중 바티칸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도 면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