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에…LVMH, EU 책임론 제기 "美 생산 확대 검토"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18일, 오전 10:0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통상 갈등에 대해 “브뤼셀(EU)의 책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 회장 겸 CEO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LVMH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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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이날 열린 LVMH 연례 주주총회에서 “유럽 각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하며, 이를 관료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시장 혼란은 글로벌 무역 긴장과 직결돼 있으며, 이는 LVMH의 사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발표한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유럽산 패션·가죽 제품에는 최대 20%, 스위스산 시계에는 최대 31%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각국에 90일간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내렸지만, 기본적인 10% 관세는 유지한 상태다.

아르노 회장은 이날 미국산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재차 언급하며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LVMH는 연간 매출의 약 25%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는 기업의 잘못이 아닌,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한 브뤼셀의 책임”이라며 “이미 일부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LVMH의 미국 내 생산 여력이 제한적이며 몇몇 루이비통 공장과 티파니의 보석 제작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생산은 프랑스 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실제 이전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루이비통 생산시설은 지속적으로 글로벌 최하위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당시엔 경제 성장 기여와 기업가 정신 고취를 칭찬하며 “낙관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시장 불안을 자극하면서 사업에 직격탄을 맞아 LVMH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6% 하락했으며, 시가총액은 1000억 유로 이상이 증발했다.

최근 경쟁사 에르메스가 한때 LVMH를 제치고 프랑스 내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이날 장 마감 기준으로는 LVMH가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현재 LVMH 지분의 절반가량은 아르노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날 LVMH 주주총회에서는 올해 76세인 아르노 회장이 85세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또 LVMH는 오랫동안 기대를 모았던 조너선 앤더슨 디자이너의 ‘디올(Dior)’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앤더슨 디자이너는 오는 6월 첫 남성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며, 지난 3월 17일 LVMH 산하 브랜드 로에베(Loewe)에서의 퇴임이 발표된 이후 패션계의 주목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