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이사회서 백인 남성 비율 절반 이하로 '뚝'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09일, 오전 11:4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지난해 미국 S&P 500 기업 이사회에서 백인 남성의 비중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하락했다.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의결권자문기관 ISS와 함께 지난해 기준 S&P 500 지수에 포함된 미국 주요 상장사 이사회의 총 5500여개 이사직을 조사한 결과 백인 남성이 전체 이사회 의석의 약 49%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백인 남성이 이사회 구성의 60%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낮아졌다.

이사회 내 백인 남성의 비중은 여전히 미국 백인 남성 인구 비율(약 30%)과 노동인구 내 비중(약 39%)보다 높았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2040년께 유색인종 인구가 전체 인구의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성과 유색인종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S&P 500 기업 이사회 의석에서 여성과 흑인은 각각 34%, 12%를 차지해 미국 인구 구성비율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히스패닉계는 약 6% 수준으로, 전체 미국 인구의 약 18%에 해당하는 비중에 비해 낮았다.

준 프랭크 ISS 거버넌스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이사회 구성뿐 아니라, 신임 최고경영자(CEO) 선정 및 보수 책정을 담당하는 핵심 위원회 의장직에서도 백인 남성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 백인 남성 비중이 낮아진 것은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이사회 여성 최소 의무제를 법제화하고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흐름이 확산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다양성이 결여된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나스닥은 상장사에 이사회 다양성 현황을 공개하거나 미충족 사유를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대형 자산운용사도 이사회 다양성이 부족한 기업의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위임자문기관 ISS 역시 투자자에게 다양성 기준을 반영한 의결권 행사를 권고해왔다.

다만 DEI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법적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22년 캘리포니아주의 이사회 여성 할당제 법안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 나스닥도 법적 패소 이후 관련 보고 의무를 철회했다. 올해 초 골드만삭스는 다양성 요건에 따른 IPO 제한 조치를 중단했고,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 ISS 역시 DEI 촉진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 내 DEI 프로그램을 전면 폐지했으며 컴캐스트와 월트디즈니 등 대기업의 DEI 관련 조치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