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레오 14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후 유흥식 추기경(왼쪽 네번째)을 비롯해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들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AFP 연합뉴스)
콘클라베 기간 동안 80세 미만 추기경 전원은 교황 후보이자 유권자가 돼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또한 차기 교황 후보가 선출될 때까지 인터넷과 신문 열림 등 휴대전화 사용 등이 전면 금지돼 외부와 일절 접촉도 할 수 없다.
외신에 따르면 철저한 비밀 유지를 위해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들은 먹는 음식도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특히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이 머무는 숙소인 교황청의 카사 산타 마르타의 식당에선 통닭,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 파이, 리가토니(굵고 짧은 튜브 모양의 파스타)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 안에 투표 상황을 몰래 적은 ‘비밀 쪽지’ 등을 숨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그러한 위험이 적은 스파게티, 삶은 채소, 수프, 양고기 꼬치 등이 식단으로 제공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은 이런 음식들에 대해 “기차역에서나 먹을법한 메뉴”라며 불평하기도 했다.
철저한 비밀 속에서 행해지는 콘클라베는 투표가 완전히 끝나고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이어지기에 어떠한 일정도 기약할 수 없다.

8일(현지시간) 콘클라베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사진 맨 왼쪽). (사진=AFP 연합뉴스)
그래서인지 새 교황이 선출된 후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추기경들의 모습은 매우 밝아 보였다. 다소 경직된 레오 14세 교황의 표정과는 달리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미소를 짓는 등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온라인에서는 이같은 모습이 공개되자 추기경들의 속마음을 추측하는 네티즌들의 재치 있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레오 14세 교황이 다른 추기경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추기경으로 서임된 점 등을 거론하며 “나만 아니면 돼”, “이제 집에 간다”, “막내에게 떠넘겼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그 중 유력 교황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유흥식 추기경이 환하게 웃는 모습도 공개되자 이들은 “가장 해맑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 시카고 태생인 레오 14세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그는 페루 빈민가에서 20년 동안 사목을 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슷하게 이민자 및 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많은 중도 성향 인물로 평가된다.
레오 14세는 이날 ‘강복의 발코니’에 서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면서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 모든 사람의 마음에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어디에 있든지, 모든 민족과 온 지구에 전해지기를 바란다”며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의 한국 방문은 2년 뒤인 2027년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한국에 오는 역대 3번째 교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