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플레 공포…트럼프發 관세에 '이중고'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1일, 오후 02:1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에 휩싸였다.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수출까지 정조준하면서 이중고를 겪는 모양새다.

9일 중국 동부 저장성 샤오싱의 한 섬유 산업단지에서 노동자들이 옷을 만들고 있다. (사진=AFP)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1% 하락해 전월치(-0.1%) 및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중국 CPI 상승률은 내수 촉진 정책과 춘제(설날) 효과로 지난 1월 0.5%를 기록한 이후 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동월대비 2.7% 내려 3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PPI는 기준 3월(-2.5%)보다 더 가파르게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막대한 부채, 고용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경제는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타격까지 예상되면서다.

미·중 고위급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상호 관세를 발표한 지난달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 대한 관세를 최대 145% 부과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미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선을 돌리거나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대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단기간 내 수출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3156억9000만달러(약 442조6000억원)로 전년동월대비 8.1% 증가했으나 이달부터 관세 영향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제조업 수출이 흔들릴 경우 고용과 내수 소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악화하면 다시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크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나려면 단기적 부양책을 넘어선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중국은 여전히 뚜렷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수출 둔화가 본격화되면 이 압력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간 관세 인하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지난달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수 진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추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실질적인 관세 인하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정부가 재정 지원을 신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