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원전 재평가…덴마크, 40년 만에 원자력 금지 재검토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5일, 오후 06:5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고수해온 북유럽 덴마크가 1985년부터 유지해온 원자력 발전 금지 정책을 40년 만에 재검토한다. 유럽 전역에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덴마크도 원전 기술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덴마크의 풍력 발전 대기업 오스테드가 2002~2003년에 덴마크 게세르 인근 발트해에 건설한 니스테드 해상 풍력 발전 단지의 풍차(사진=AFP)

1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라스 오고르드 덴마크 에너지·기후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 새로운 원전 기술의 발전을 주목하고 있다”며 “기술의 잠재력뿐만 아니라 덴마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국가 에너지 전략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큰 대표적 국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덴마크는 현재 전체 전력의 80% 이상을 풍력·태양광·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또 덴마크는 오스테드(Ørsted)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상풍력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오스테드는 공사비 급등, 공급망 혼란, 고금리 등으로 인해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주엔 영국 요크셔 해안에 조성 예정이던 혼시(Hornsea 4) 해상풍력 단지를 경제성 문제로 전격 취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덴마크 정부가 SMR 도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존 에너지 전략의 재조정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덴마크 총리 출신으로 2009~2014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을 역임한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은 이날 파이낸셜 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원전 금지 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풍력과 태양광은 날씨에 의존하므로 비화석 연료 기반의 안정적인 기저 발전이 필요하다”며 “원자력을 사전에 배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의 분석 착수가 금지 해제를 향한 수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덴마크 정부의 분석 결과가 실제 정책 전환으로 이어진다면 유럽 내 원전 부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덴마크의 행보는 최근 유럽 전반에서 나타나는 원전 재평가 흐름과 맞물려 있다. 스페인은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원전 폐쇄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2022년 원전을 전면 중단한 독일에서도 에너지 위기 이후 재가동 논의가 재점화됐다.

프랑스와 벨기에, 영국 등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도 추진 중이며, 영국 역시 힝클리 포인트 C(Hinkley Point C) 원전 건설과 함께 SMR 개발 및 사이즈웰 C(Sizewell C)투자 여부를 검토 중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전력 수요를 위해 SMR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MR은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 조립이 가능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탈탄소화를 위해 저탄소 전력이 필요한 각국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