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일자리 잃어…MS·아마존 이어 버버리도, 무슨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5일, 오후 06:5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구조조정 쓰나미가 전 세계 기업들을 삼키고 있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필요 없는 인력이 늘어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통상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날 디바이스·서비스 부문에서 약 1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부문은 전자책 기기 킨들, 스마트 스피커 에코, 음성 비서 알렉사, 자율주행차 죽스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아마존은 조직 효율화 및 제품 로드맵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2022~2023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도 부문별로 소규모 감원을 지속하며 2만 7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전날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 인력의 3%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MS의 전체 직원은 22만 8000명으로 6000~7000명이 해고 대상이 될 것이란 의미다. 이는 2023년 1만명 감원 이후 최대 규모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게임, 링크드인 등 전 부문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세계 최대 데이팅앱 매치그룹도 지난 9일 전체 인력 중 13%(325명)를 줄였다.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도 지난 7일 5%(500명) 감원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2500명),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2000명), 존스홉킨스대(2000명), 콜스(10% 감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740명) 등 다양한 업종에서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레이오프에 따르면 미 테크 업계에서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127개 회사에서 5만 9413명이 해고됐다. 미국에선 산업계 뿐 아니라 정부효율부(DOGE)의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6만 1296명의 공무원이 직장을 잃었다. 미 연방정부 전체 이직자 및 퇴직자는 17만 1843명에 달한다.

(사진=AFP)


대량 해고는 미국 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인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1700명을 감원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일본에선 파나소닉이 일본과 해외에서 5000명씩 총 1만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전 세계 인력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팬디스플레이(JDI)도 일본 내 인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0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감원 칼바람이 특히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중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과 경쟁이 심화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최근 감원 규모를 전체 직원의 15%인 2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9000명 감원 계획에서 1만 1000명을 추가로 늘린 것이다.

미국에선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가 200명을, 스텔란티스가 900명을 각각 감원했다. 이들 업체는 캐나다·멕시코 조립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력을 더 줄일 전망이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 아우디는 지난 3월 2029년까지 7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바이오·제약 업계도 피해가지 못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올해 2200명 이상의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템페스트 테라퓨틱스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80%를 해고했고, 노바티스, 바이오젠, 알로진 등 수많은 미국·유럽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4~5월 대량 해고를 단행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인공지능(AI)의 급속 발달에 따른 자동화 확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통상 정책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및 비용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대규모 해고 행진은 이달 들어서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빅테크들의 감원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노동시장 불안과 소비 위축, 사회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자동화, 경기침체가 맞물려 구조조정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