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지도 못하고 기싸움만 이어진 러시아-우크라 회담…"16일로 연기"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6일, 오전 06:3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당초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결국 열리지 못했다. 협상을 제안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기 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협상이 16일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협상이 열리는 이스탄불이 아닌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난 뒤, 우크라이나 측 협상대표단 구성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 측 대표단이 “하위급”임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존중해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평화회담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직접 협상할 준비다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휴전에 회담이 없다면 전쟁을 끝낼 수 없다며 푸틴 대통령이 전제 조건없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 “만나자”라고 말했다.

이날 기 싸움은 우크라이나는 전제조건없는 즉각적인 휴전을 원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원하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로디온 미로슈닉 러시아 외무부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단지 휴전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싶어하지만 이는 “모스크바의 접근 방식과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러시아 협상 대표단 단장인 즐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스탄불 협상을 2022년 중단된 연장선으로 간주한다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초기인 2022년 3월 이스탄불에서 협상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중립국으로 남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메딘스키 단장은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조만간 장기적인 평화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측과 직접 협상하는 임무”라고 말했다. 메딘스키 단장은 2022년 이스탄불 협상 때도 러시아 측 대표단을 이끌었다. 푸틴 대통령이 그를 다시 협상 대표로 지명한 것은 3년 전 중단된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하위급”이라고 부른 자신의 대표단이 “모든 관련 당국의 최고관리”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안탈리아에 있는 마코 루비아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회담에 큰 기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직접 참여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는한 갈등에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회담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지않았는데 그가 가겠느냐”며 “푸틴과 내가 만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양국간 전투가 진행된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지역에서 두 곳의 정착촌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5분의 1에 가까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도하고 나토 가입 야망을 포기하고 중립국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조건이 항복이라고 마찬가지라고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