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美에 280조원 투자 주고 AI 주도권 얻었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6일, 오전 08: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궁전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으로부터 UAE 최고 민간 훈장인 ‘자예드 훈장’을 수훈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성과로 총 2000억달러(280조원)에 달하는 상업거래를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신 UAE는 미국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고 다양한 미국 기술기업과 협력해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선도적인 AI 국가역량을 확보할 기회를 얻었다.

◇UAE, 10년간 美에 1960조원 투자

백악관이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은 오클라호마에 40억달러 규모의 알루미늄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며, 엑손모빌모빌, 온시덴털석유, EOG리소스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협력해 600억달러 규모의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 확대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홀텍 인터내셔널과 IHC 산업 지주 회사는 미시간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를 건설한다.

또 보잉과 GE 에어로스페이스는 보잉 787 및 777X 항공기 28대에 대해 UAE의 에티하드항공으로부터 145억 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미국 업체 RTX는 에미리츠글로벌알루미늄 및 타와준카운슬과 협력해 갈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갈륨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국이 2023년 8월부터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희귀금속으로, 질화갈륨의 경우 가장 선진적인 반도체 소재의 하나다.

이번 계약은 UAE가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에 1조 4000억달러(19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후 체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방문 이후 17년 만에 UAE를 방문한 것에 대해 “여기 올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밝혔다.

◇美-UAE, AI 가속화 파트너십 체결…5GW 데이터센터 설립

이날 양국 간의 발표의 또 하나의 핵심은 AI였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과 UAE는 ‘AI 가속화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미국이 그동안 중국에 대한 우회수출 및 기술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제약을 가했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 UAE가 더 폭넓은 접근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를 통해 UAE는 올해부터 미국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최첨단 AI 반도체를 연간 50만개까지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칩 대부분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나머지 10만개는 아부다비 정부가 지원하는 AI 기업인 G42에 공급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셰이크 모하메드 대통령은 G42가 아부다비에 건립하는 5기가와트(GW)급 AI 캠퍼스 공개행사에도 참여했다. 이 데이터 센터는 미국 외 지역 최대 규모가 될 전망으로, 여러 미국 기업과 협력해 대규모 클라우드 또는 컴퓨팅 서비스 제공업체를 위한 지역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퀄컴은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및 UAE 통신회사 이앤드(e&)와의 협력을 통해 아부다비에 AI와 데이터센터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엔지니어링 센터를 설립하는데 투자하기로 했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UAE의 국영 통신 및 기술 그룹으로 이앤드(E&, 옛 에티살란) 및 사이버보안 위원회와 협력해 해당 국가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번 순방에서 엔비디아와 AMD의 AI칩을 사우디에 판매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도 체약했다. 협상 관계자 5명은 미국과 사우디가 AI기술 관련 대규모 계약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중국에 기술 유출’ 우려한 바이든시대 정책 선회

이번 AI 관련 협력은 미중간 갈등이 커지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에게 새로운 활로를 찾게 하는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미국의 AI 기술이 중국 등에 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NYT에 따르면, UAE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에도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계획이 AI 관련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고 중요한 국가 안보 인프라를 아웃소싱할 것이라 판단해 거부했다. 중국과 가까운 권위주의 정부에 AI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말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사우디 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국가들에 대한 AI칩 판매 상한(cap)을 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AI 중동지역 판매가 계속 차단될 경우, 중국산 AI칩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이 트럼프 행정부 내 부상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AI칩은 아직 수출을 하지 않았다. 중동 협상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차르인 데이비드 삭스와 AI 수석 정책 고문인 스리람 크리슈난이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오랜 벤처 캐피털리스트 출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순방 전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철회하고 새로운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UAE와 사우디는 미국산 칩과 AI 모델을 활용해 미국 기업들이 역내 신규 고객 확보를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들은 칩에 대한 보안을 보장해 미국이 칩의 물리적 사용과 사용방식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관리들은 또한 UAE와 사우디에 대규모 반도체 판매와 미국 투자의 균형을 맞추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회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UAE는 미국 기업이 중동에 건설하는 모든 데이터센터에 대해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상호 투자 요건에 합의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각 정부가 UAE의 미국 투자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이며,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존재한다. 랜드 연구소 기술 분석 담당 수석 고문인 지미 굿리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중동에 설립하는 것은 걸프만 국가들, 심지어 중국까지 AI경쟁국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역시 “만약 걸프 국가들, 특히 UAE와의 모든 AI 칩 관련 협정이 성사된다면, 이 지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AI경쟁의 제3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