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합의 임박"에 국제유가 2% 급락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6일, 오전 08:1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에 이란과의 핵 합의가 임박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란 측 고위 인사도 조건부 핵 합의 수용 의사를 밝히며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카스르 알 와탄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사진=로이터)

15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제 유가가 2% 이상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53달러(2.42%) 내린 배럴당 61.6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56달러(2.36%) 하락한 배럴당 64.53달러에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틀 연속으로 모두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카타르 도하에서 “이란과 장기적 평화를 위한 진지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발언한 직후 발생했다. 해당 발언은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복원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최근 NBC 인터뷰에서 “경제 제재가 해제된다면 이란은 특정 조건 하에 핵 합의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미국의 일방적 탈퇴 이후 사실상 파기된 이란 핵 합의(JCPOA)의 복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CNBC에 “실제로 합의가 성사되고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중단하면 이란은 하루 최대 10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추가 공급할 수 있다”며 “이는 가격 하락 요인이지만, OPEC+가 예정된 증산 계획을 속도 조절할 가능성도 있어 단기 충격은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는 최근 몇 달간 원유 공급을 꾸준히 늘려왔다. OPEC+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하루 41만1000배럴의 증산을 결정했다. 이란까지 본격적으로 공급에 나설 때 공급 과잉 우려가 시장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 경제는 2018년 미국이 핵 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경제 제재를 재개하며 위기 상황에 몰렸다.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통화 가치 급락, 생활비 상승에 더해 중동 내 주요 우방인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와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 대부분 사망 등으로 이란의 지역 내 영향력은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과거 미국과 협상에 완강히 반대했지만, 이란 정부 고위 관리들은 정권의 생존에 중요한 결정이라며, 그의 ‘반미 노선’을 바꾸기 위해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