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품질 논란과 인력난 여파로 생산 현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로 늘어나는 주문을 원활히 처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의 에미르(군주),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가 2025년 5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로이터)
1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보잉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로 대규모 수주를 확보했지만, 누적된 주문량을 생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잉은 지난 14일 카타르항공으로부터 최대 210대 규모의 항공기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약 960억 달러(한화 약 134조원)에 달하며, 장거리용 광동체(와이드바디) 항공기 수주로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과 카타르 타밈 국왕이 배석한 가운데 계약이 체결되며 외교적 상징성을 더했다.
수주 물량은 중형기 ‘보잉 787’ 130대, 차세대 대형기 ‘보잉 777X’ 30대, 옵션 포함 50대로 구성된다. 이번 계약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과 맞물려 진행됐다. 지난 13일엔 사우디아라비아 항공기 리스사로부터 소형기 ‘보잉 737-8’ 최대 30대 수주에 성공했다.
유럽에서도 보잉의 수주는 이어졌다. 지난 9일 영국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가 ‘보잉 787’ 32대를 발주했다. 이는 미·영 간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직후 이뤄졌으며, 양국 정부는 이 거래를 미국 제품 구매 확대의 대표 사례로 홍보하고 있다.
보잉이 수주 훈풍을 맞고 있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강조하며 우방국들에 미국 제품 구매를 압박해왔다. 항공기는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품목으로, 보잉 항공기 구매는 외교적 ‘선의의 제스처’로 받아들여진다.
보잉은 4월 한 달간 민간 항공기 45대를 인도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주 잔량은 무려 5643대에 달한다. 이는 현재 생산 속도 기준으로 약 8년 치 물량이다. 제프리스 증권은 “생산 능력 대비 수주 과잉 상태”라고 분석했다.

보잉 787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에 보잉은 기존 개조 라인을 축소하고 기술 인력을 신형 기체 생산에 전환 배치해 제조 품질을 끌어올리는 한편,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737 기종은 월 38대, 787 기종은 월 7대 생산 체제로 확장한 상태다.
업계에선 보잉이 대규모 수주에도 생산 속도를 맞추는데 버겁다고 보고 있다. 로널드 엡스타인 BofA증권 항공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생산 속도를 올해 하반기까지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더 빠른 증산은 더욱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외부 변수도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수입 항공기 및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 중이며, 이는 보잉의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미·중 간 무역 긴장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보잉기 수입 금지를 해제했지만,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하면 수출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은 외교적 특수를 타고 반등 기회를 맞았지만, 생산 인프라와 품질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