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계획대로 착착”…러·우크라 협상, 지연 배경에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6일, 오후 01:38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3년 만에 재개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면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결국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이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압박에 응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15일(현지시간) 미 방송 CNN은 자신이 직접 제안한 튀르키예 이스탄불 협상에 불참을 결정한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러시아가 추가 제재나 유럽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이스탄불 협상 참석이 이득 보다 정치적 위험 등 실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이스탄불 정상회담을 거부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도박을 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고 짚었다.

이번 이스탄불 협상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그는 일방적으로 선언했던 ‘72시간의 전승절 휴전’ 직후인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15일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이었으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락 압박에 협상 재개에 응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역제안했다.

이후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사흘간 침묵하다 14일에서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대표단을 발표했다.

CNN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백악관이 암시한 추가 제재나 러시아에 대한 더 강한 대응 조치를 여전히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중재에서 물러나겠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는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러시아는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고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합의한 ‘30일 휴전’을 요구하는 양상이 반복되는 등 회담이 쉽사리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내다봤다. CNN은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16일 회담에 합류하더라도 실질적인 진전보다는 ‘회담을 위한 회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바로 러시아가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은 이스탄불에서 당초 15일로 예정됐으나 푸틴 대통령의 불참 선언으로 정상회담이 무산됐으며, 양측의 신경전 끝에 대표단 회담도 지연됐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메딘스키 보좌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1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 우크라이나 측을 기다리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성사될지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