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휴전' 타고 물류 수요 폭증…글로벌 해운사 실적 기대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6일, 오후 02:2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 휴전으로 태평양 횡단 물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로스앤젤레스 항에 친환경 메탄올 추진 선박인 알레트 머스크호가 정박해 있다.(사진=로이터)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케네스 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미·중 양국의 무역 휴전 협정에 따라 머스크,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반짝 특수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관세 휴전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을 기존 145%에서 30%로 낮췄고,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해 125%였던 관세를 10%로 줄이기로 했다.

올해 초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해운업의 전망이 어두워졌고 지난달엔 중국발 미국행 물동량이 5분의 1로 감소했지만, 관세 휴전 이후 상황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협정 발표 직후 예약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앞서 수요 부진 우려에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던 머스크에겐 미중간의 관세 휴전이 반가운 소식이 됐다.

세계 5위 선사인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최근 들어 주간 물동량이 5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롤프 하벤 얀센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특히 중국발 미국행 예약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의 로돌프 사아드 CEO도 프랑스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무역 협정은 좋은 소식”이라며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 노선 물동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다시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케네스 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90일 관세 완화 기간을 활용하려는 중국과 미국의 수출입업체들이 다시 대량 선적에 나설 것”이라며 “해운사 수익 회복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해상운임도 반등하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분석기관 드류리 해운운임지수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상하이~로스앤젤레스 노선 운임은 전주 대비 16% 오른 3136달러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상하이~뉴욕 노선도 19% 급등해 4350달러를 나타냈다.

시티그룹은 보고서에서 “90일 유예 종료 시점이 해운업계 최대 성수기인 8월 중순과 겹치면서 추가적인 물동량 상승이 가능하다”며 “미국 컨테이너 수입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발 물량에 기대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요 급증은 항만 적체와 병목 현상이라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HSBC는 보고서에서 “중국발 선박 입항이 늘어나면 코로나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항만 혼잡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항만사들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 웡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는“이번 관세 완화 조치로 인해 중국 항만들이 더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며 경쟁 항만과의 비용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기 반등에 불과하다는 경계의 시선도 있다. 악셀 스티르만 케플러슈브뢰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 해운업계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리스크가 크다”며 “단기 수요 회복이 2분기 실적에 유의미한 반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앤디 추 도이치은행 애널리스트도 “올해 하반기부터 수요 둔화와 함께 운임 하락이 예상된다”며 “관세 유예가 끝나고 홍해 우회 물류가 줄어들 경우 운임 급락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