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신경전 끝에 오늘 대면 협상…튀르키예도 참석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6일, 오후 04:4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신경전 끝에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년 만에 대면 협상을 재개한다. 양측은 2022년 3월을 마지막으로 직접적인 협상을 중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이날 로이터통신은 튀르키예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우크라이나·튀르키예 당국자 회의가 오전 10시 45분(한국시간 기준 오후 4시45분), 러시아·우크라이나·튀르키예 당국자 회의가 오전 12시30분(한국시간 기준 오후 6시30분) 열린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마이클 안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보좌관을 단장으로, 미하일 갈루진 외무차관,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 이고르 코스튜코프 러시아군 참모총장 등이 포함됐다. 메딘스키 보좌관과 포민 차관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진행됐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 러시아 대표단으로 참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을 수석대표로 한다.

이번 이스탄불 협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그는 일방적으로 선언했던 ‘72시간의 전승절 휴전’ 직후인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15일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이었으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락 압박에 협상 재개에 응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역제안했다.

이후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사흘간 침묵하다 14일에서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대표단을 발표했다. 본인이 제안한 회담이었지만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은 물론 15일로 예정됐던 양국 협상 대표단의 만남도 예고 없이 하루 연기됐다.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평화회담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직접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휴전에 회담이 없다면 전쟁을 끝낼 수 없다며 푸틴 대통령이 전제 조건없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 “만나자”라고 말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조속한 평화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정권을 가진 고위급이 대표단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2022년 중단됐던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 재개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미 방송 CNN은 향후에도 러시아는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고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합의한 ‘30일 휴전’을 요구하는 양상이 반복되는 등 회담이 쉽사리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NN은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16일 회담에 합류하더라도 실질적인 진전보다는 ‘회담을 위한 회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것이 시간을 끌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를 원하는 러시아가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