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메타 19조원 투자받은 스케일AI와 결별 수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5일, 오후 07:46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구글이 메타로부터 143억달러(약 19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케일AI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사진=AFP)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구글은 메타의 스케일AI 지분 49%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스케일AI와 관계를 끊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다섯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케일AI는 AI 모델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텍스트 등의 자료를 사람이 일일이 가공·분류하는 데이터 라벨링 회사다. 구글은 스케일AI의 데이터를 받아 AI모델 제미니 개발에 활용해왔다. 라벨링된 데이터는 AI 학습 고도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스케일AI가 박사 학위 소지자 등 전문 인력을 동원해 라벨링한 데이터는 건당 100달러(약 13만7000원)에 이른다.

구글은 올해 2억달러(약 2700억원) 어치의 데이터를 스케일AI로부터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메타의 지분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체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구글은 스케일AI 업무를 대체할 기업 여러 곳을 이미 접촉하고 있으며, 빠른 시간 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전해졌다. 스케일AI의 지난해 매출 8억7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가운데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가 구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케일AI는 매출의 80%를 생성형AI 개발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메타의 지분 투자로 핵심 고객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구글이 스케일AI과의 계약을 해지를 검토하는 이유는 스케일AI이 고객사로부터 독점 데이터를 제공 받아 라벨링하고 있어 메타가 이 정보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구글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론 머스크의 xAI도 메타의 지분 투자 이후 스케일AI와 계약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몇 달 전 이미 스케일AI와 계약을 대폭 축소했다.

메타의 지분 인수로 스케일AI 경쟁사로 일감이 몰리면서 데이터 라벨링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스케일AI의 경쟁사로 꼽히는 라벨박스는 연말까지 스케일AI에서 이탈한 고객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매출을 추가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케일AI처럼 박사급 전문가 인력 풀을 가진 핸드쉐이크도 최근 작업량이 3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체 라벨링 인력을 채용해 외주를 맡기지 않는 AI 연구소도 생겨나고 있다.

데이터 라벨링 업체 터닝의 조너선 시다르트 최고경영자(CEO)는 “메타의 스케일AI 지분 투자로 AI 연구소들이 데이터 중립성을 필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스케일AI의 핵심 사업이 소수 고객사에 집중되어 있어 구글과 같은 핵심 고객 이탈은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