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은퇴 앞두고 8조원대 '통큰 기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9일, 오전 11:27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60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5개 재단에 기부한다.

이번 기부 규모는 버핏이 2006년부터 재산을 기부해 오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액수의 연간 기부로, 그의 누적 기부액은 총 600억 달러(약 82조원)를 넘겼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024년 5월 3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 B 주식 약 1240만주를 오는 7월 1일 각 재단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는 모두 자선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부는 버핏이 생전 공언해온 자산 환원을 충실히 이행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가장 많은 지분은 국제 공중보건 및 교육, 빈곤 퇴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 빌앤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돌아간다. 전체의 약 76%인 940만주를 수령하게 된다.

또 버핏이 생전 부인 이름을 딴 교육 및 여성 권익 증진 중심의 수전 톰슨 버핏 재단에는 94만3384주를 기부한다. 이밖에 사회적 약자 지원과 네브래스카 지역사회 발전에 힘쓰는 셰르우드 재단과 농업 개발 및 국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는 하워드 G. 버핏 재단, 여성 권리·사회 정의 증진을 주제로 활동하는 노보 재단에는 각각 66만366주씩 전달한다.

앞서 버핏 회장은 사후에는 게이츠 재단에 대한 기부를 중단하고, 남은 재산의 분배는 세 자녀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투자·보험 지주회사로 시가총액 1조500억 달러(1443조원 상당)에 달한다.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버핏은 이번 기부 이후에도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의 13.8%를 보유 중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 B 주가는 1주당 485.68달러로, 지난 1년간 19.1% 상승하며 미국 증시 평균 수익률(14.1%)을 상회했다. 보통주의 약 1000분의 1 가치를 지닌 클래스 B 주식은 가격이 낮아 기부나 거래에 자주 활용된다.

버핏 회장은 성명에서 “버크셔에서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긴 투자 시간, 단순하고 건전한 결정, 미국 경제의 순풍과 복리의 힘이 현재의 부를 만든 것”이라며 “내 유언장에 따르면 전체 재산의 약 99.5%는 자선 목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버핏의 순자산은 1520억 달러(약 207조원) 가량으로 포브스 집계 기준으로 세계 5위 부자였지만, 이번 기부로 6위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초 깜짝 은퇴를 발표했다. 60년간 맡아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년 1월 1일자로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에게 물려주고 경영과 투자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다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회 회장 직함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