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자"vs 경제효과…아마존 창업자 초호화 결혼식 마무리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9일, 오전 11:46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2박 3일 초호화 결혼식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28일(현지시간) 마무리된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현지에서 진행됐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열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 규탄 시위.(사진=AF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이조스의 베네치아 결혼식을 규탄하는 1000명의 주민과 활동가가 베니치아 기차역에서 집회를 열고 리알토 다리까지 약 1.5km 행진을 이어갔다. 그들은 베네치아가 ‘사랑의 도시’로 불리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키스 좋아, 베이조스 싫어’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회사 블루 오리진을 겨냥해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는 문구와 함께 로켓 그림이 그려진 현수막도 등장했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배우자인 전직 뉴스 앵커 로런 산체스.(사진=AFP)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 운동을 주도한 토마소 카치아리는 로이터에 “베이조스의 결혼식을 통해 베네치아는 세트장, 무대 또는 놀이공원처럼 여겨졌다”며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물질적으로, 정치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은 베이조스가 베네치아에 300만유로(약 47억9000만원)를 기부했지만 동시에 유명인사들이 개인 제트기와 요트를 타고 베네치아를 방문해 환경 오염을 초래했다며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결혼식 기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킴 카다시안 등이 하객으로 베네치아에 머물렀다.

외신들은 베네치아 주민들이 근래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과 임대료 급등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양극화를 조장하는 초호화 결혼식이 열리면서 반감을 샀다고 보고 있다. 2014년 배우 조지 클루니와 인권 변호사 아말 알라무딘의 결혼식 등 유명인사들은 종종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특히 베이조스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이탈리아 내 아마존의 위치 등으로 인해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은 이탈리아에서 노동 관행과 관련해 노조의 파업에 직면했으며, 세무 준수 여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당국은 베이조스의 결혼식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입장이다. 베네치아가 위치한 베네토주의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이 결혼식에 최소 4000만유로(약 639억 6700만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 이 결혼식이 베네치아에서 열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전일 이탈리아 관광부는 베이조스의 결혼식이 9억5700만유로(약 1조5304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관광 도시 베네치아의 연간 매출의 68%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관광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