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 제재로 중단된 LNG 수출 재개 시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9일, 오후 07:0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로 멈췄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8개월 만에 다시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중단했던 북극(Arctic) LNG 2 수출기지에 지난 10월 이후 처음으로 LNG 운반선이 정박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7월 20일 노바텍의 해상 초고층 시설 건설 센터를 방문해 북극 LNG 2 프로젝트의 첫 LNG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사진=AFP)
해당 시설은 러시아가 오는 2030년까지 LNG 수출을 3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의 핵심축이었지만, 작년 서방의 제재와 구매처 부족으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다.

러시아는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이 시설에 8차례에 걸쳐 LNG를 선적했지만 모두 해외 항구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대신 바렌츠해와 극동지역에 있는 러시아 자체 저장시설로 옮겼다. 서방의 제재로 해외에서 LNG 수출을 받아줄 국가나 항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해 겨울이 시작되면서 북극 시설 주변 해역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붙어 일반 선박으로는 운반이 어려워져 대규모 생산 활동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는 이후엔 제재 회피를 위해 이른바 ‘그림자 선단’이라 불리는 비공식 선박들을 동원해 우회 선박망으로 수출 재개를 준비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최소 13척 선박이 북극 해역에 배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선주와 운용사를 수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실소유 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들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현재 북극 LNG 2에 정박 중인 아이리스호(Arc4급)는 쇄빙 능력을 갖춘 중형 LNG 운반선으로 여름철 북극항로를 따라 아시아까지 LNG를 수송할 수 있는 수준이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묘한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작년 러시아의 북극 LNG 2 관련 선박과 회사들에 대해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했지만, 현재로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유지할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구매처 확보에 달렸다. 러시아의 북극 LNG 2 투자자와 관계자들은 지난 1년간 중국과 인도 등을 돌며 구매자 확보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얀에릭 판리히 수석 애널리스트는 “LNG를 실어 나를 선박과 수요처 확보가 여전히 가장 큰 과제”라며 “(러시아 최대 민간 천연가스 기업이자 북극 LNG 2 프로젝트 운영 주체인) 노바텍은 결국 가격 할인 전략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노바텍의 북극 LNG 2 프로젝트 자원지인 러시아 기단 반도의 우트렌예 가스전에서 가동 중인 유정 설비(사진=AFP)


이에 러시아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곳은 중국이다. 다만 현지 상황은 녹록지 못하다. 중국은 경제 성장 둔화와 자국 내 재생에너지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최근 8개월간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북극연구소의 말테 훔퍼트 소장은 “러시아의 100만㎥ 이상의 LNG가 아직 떠돌며 판매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수출 물량의 시장 진입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위성사진에서 북극 LNG 2 시설 중 2개 생산설비에서 최근 가스를 불태워 내보내는 작업(플레어링)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장비를 냉각하거나 다시 가동할 준비를 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다만 수출이 계속되지 않으면 저장 탱크가 금세 가득 차 작년처럼 저장 공간 부족으로 LNG 생산이 또다시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북극 LNG 2 프로젝트 제재를 설계한 제프리 파이엇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을 인용해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표현하고 있는 지금이 미국이 러시아 노바텍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시점”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