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교차관 “미국, 추가 공습 배제 약속해야 대화 재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30일, 오후 03:3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미국이 공습 중단을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으면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외교 협상 재개 조건으로 ‘추가적인 군사 공격의 완전 배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란은 또 핵 프로그램 개발, 즉 고농축 우라늄 확보 권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부 정무차관(사진=AFP)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교차관은 29일(현지시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재자를 통해 협상 복귀 의사를 전달했지만, 협상 중 추가 공격 가능성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만 외교적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새벽 이란 핵·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이후 이란이 보복에 나서며 양국의 무력 충돌이 시작됐다. 양국이 매일 공방을 주고받던 도중, 지난 21일 미국이 돌연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오만 무스카트에서 예정됐던 6차 이란-미국 간 간접협상이 무산됐다.

타흐트라반치 차관은 “미국은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협상 재개 일정과 의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란 핵 프로그램을 문제 삼는 서방 국가들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도 함께 비판해야 한다”며 “미국을 비판할 용기가 없다면 침묵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타흐트라반치 차관은 또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재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왜 우리가 그러한 제안에 동의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란은 연구 목적의 핵물질 접근이 제한돼 있어 자력으로 핵농축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핵농축 수준과 능력에 대해선 협상할 수 있겠지만, 농축을 전면 금지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폭격하겠다는 식의 요구는 ‘정글의 법칙’과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란의 60% 농축 등 (그동안의) 핵활동은 모두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이란은 3.67% 이상 우라늄 농축 금지에 동의했다. 이에 포르도 시설에서 15년 간 농축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하며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 역시 더이상 합의를 지킬 의무가 없어졌고, 이에 최근까지 60% 농축 우라늄을 제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는 9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다급해진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했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역시 직접 군사 개입에 나섰던 것이다.

이후에도 미국은 이란이 위험 수준까지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경우 추가 폭격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또다시 기습당하지 않기 위해 항상 대비할 것”이라며 미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