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지난달 도쿄 이타바시구에서 치러진 토익 시험 도중 이어폰과 마이크를 활용해 정답을 공유한 교토대 대학원생 왕리쿤(27)을 유인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왕씨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다가 적발됐으며, 마스크 안에 소형 마이크를 숨기고 시험 도중 다른 응시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답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토익 고득점 보장을 내세운 불법 대행업체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왕씨와 똑같은 주소로 총 43명이 응시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통신기기가 잘 작동하는 동일 시험장에 모여 이어폰으로 정답을 들으려 한 것으로 의심된다.
이달 초에도 도쿄 내 다른 시험장에서 붙잡힌 중국인 유학생 10명이 추가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 역시 같은 주소로 시험을 신청했으며, 시험 당시 소형 카메라와 이어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해답 전달자’로부터 정답을 받으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대행업체들은 “들키지 않고 900점 이상 가능” “안심 대행” 등의 광고를 하며, 대리 응시나 이어폰 커닝 등 다양한 부정행위를 조직적으로 알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사이트는 일본어능력시험(JLPT), 토플(TOEFL) 등 다른 시험의 부정 대행도 홍보하고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커닝에 가담한 이유는 대부분이 일본 대학원 진학 때문이었다. 일본 대학원 입시에서는 토익 고득점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 대학원보다는 경쟁이 덜해 중국인 지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대학원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4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대학원생의 60%에 달했다.
토익 운영기관은 이번 사건 이후 안경 착용자에 대한 통신기기 검사, 전자기기 전원 차단 등 부정 방지 대책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통신 방해 장치, 실시간 모니터링 등 기술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일본 내 민간 영어시험 전반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면서 “일본뿐 아니라 영국, 한국 등에서도 대규모 토익 커닝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글로벌 영어능력시험의 신뢰성 회복과 제도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